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Feb 02. 2017

빌라도와 예수, 법정 드라마의 두 주연

빌라도와 예수 : 죽인 자와 죽임을 당한 자 조르조 아감벤 저


질문은 이렇다.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의 교차는 어떻게, 그리고 어째서, 어떤 위기 krisis의 형식, 그러니까 재판의 과정이라는 형식을 띠게 되었는가?  p 8


이 법정 드라마에 두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예수와 빌라도. 예수는 오래전부터 자신의 죽음을 예언해 왔다.  다 이루기 위해서 죽어야 했고 그 죽음의 과정은 역사적 사건이어야 했다. 우선 죽어야 할 세속적 이유가 필요했다. 다행히 이유는 충분했다. 아니 흘러넘쳤다. 예수를 고소한 유대인들에게는 예수가 저지른 신성모독이 가장 큰 범죄였지만 로마법에는 신성모독이 없어 ‘행악자’ 로 고소한다. 예수는 빌라도 앞에 서고 빌라도는 묻는다.


빌라도 : 네가 유대인의 왕이냐?

예수   : 이는 네가 스스로 하는 말이냐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하여 네게 한 말이냐?

빌라도 : 내가 유대인이냐?  네 나라 사람과 대제사장들이 너를 내게 넘겼으니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예수   :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빌라도 : 그러면 네가 왕이 아니냐?

예수    : 네 말과같이 내가 왕이니라 내가 이를 위하여 태어났으며 이를 위하여 세상에 왔나니 곧 진리에  대하여  증언하려 함이로라 무릇 진리에 속한 자는 내 음성을 듣느니라

빌라도 : 진리가 무엇이냐?


이 질문을 끝으로 빌라도는 판결한다. “ 이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 그러나 예수를 고소한 유대인들의 함성이 계속된다. “ 그를 죽여라! “ 법적으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예수는 유대인들에게 넘겨졌고  채찍을 맞고 가시관을 쓰게 된다. 빌라도에게 조금씩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이 사람은 단순한 행악자가 아니다. 할 수 있다면 이 사람을 구하고 싶다.


빌라도 : 너는 어디로부터냐?

예수     :...............

빌라도 :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예수    :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  크다 하시니라


예수와의 마지막 대화 속에서 빌라도는 면책의 실마리를 얻게 된다. 이제 주인공 예수는 인간의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당하고 조연 빌라도는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


다시 첫 질문으로 돌아가자. 왜 재판일까? 재판은 기본적으로 묻고 대답하는 시스템이다. 재판의  전제는 사회적 범죄고 최종 결과물은 판결이다. 빌라도는 정확히 이 시스템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빌라도는 계속 질문을 한다. 판결을 위한 그의 질문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예수다. 예수는 이제 지상에서 자신의 미션을 마감할 때가 왔음을 알고 그 마지막 대중 메시지를 선포하기 위해 법정을 이용한다. 빌라도의 질문, “네가 왕이 아니냐? “. 예수는 말한다. “나는 왕이다 “. 예수는 단호하다. 예수의 이 법정 최후 발언은 ‘역사적으로’ 기록된다.


 빌라도는 질문함으로써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고 예수는 답변의 형식을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빌라도는 계속 질문하지만 예수의 답은 간결했고 이제 더 이상 추가할 내용이 없다.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간이 만든 제도를 통해 완벽한 드라마로 각색했다.


드라마가 끝난 이후에도 빌라도의 독백은 계속된다. “진리가 무엇이냐? “ 답을 할 예수는 이미 무대를 떠났다. 빌라도가 묻고 우리가 대답한다. 또는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다시 빌라도가 된다.   “진리가 무엇이냐? “

매거진의 이전글 네트워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