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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r 31. 2017

늙은이의 생각이 더 깊은 것은 아니다

단 한 번도학교에 간 적 없는 스무 살 하영이의 진짜 공부 이야기

학교는 하루도 다니지 않았지만 

단 한 번도 학교에 간 적없는 스무 살 하영이의 진짜 공부 이야기 
임하영 저 | 천년의 상상 | 2017년 03월


98년 생. 우리 나이로 20이다. 이 어린 청년이 책을 냈다. 명문대 입학한 학생이 자랑삼아 낸 책이 아니다. 그 나이에 어울리는 또는 그 나이에 비해 좀 더 성숙하게 보이는 자기 성찰의 결과물이고 20살까지의 인생 리포트다. 그래, 20살까지의 인생 리포트다. 20살이 뭘 알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편견을 깬 20살의 지적, 사회적 편력의 결과물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생각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늙은이의 생각이 더 깊은 것은 아니다. 생각은 자기 성찰의 과정이고 결과물이다. 끊임없이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고 실천하는 과정 속에서 단련되고 깊어진다. 고민이 많았고 그만큼 생각을 많이 한 젊은 청년이 경험하고 축적한 사고의 깊이는 그래서, 깊고 넓다. 


발단은 홈스쿨에서 시작된다. 저자 부모는 공교육 시스템에 부정적이었고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저자는 유치원을 잠시 다닌 것 말고는 공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집에서, 자연에서, 사회에서 배우기 시작했고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기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은 이 과정을 겪어 가면서 생각이 깊어지기 시작했다. 또래의 아이들이 영어 단어와 수학 공식을 외우고 있을 때 저자는 자연과 독서, 사회적 멘토와 교류하면서 생각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들이 있었고 좋은 기회들이 있었다.  만남과 경험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시작했다. 홍세화 선생을 만나 질문하고 답을 들었고 16살 어린 나이에 대학 강의도 들었다. 배낭 하나 메고 유럽 여행도 했고 주식 투자도 경험했다. NGO도 경험했고 아버지와 공동으로 책도 번역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다 경험했고 경험하려고 했다. 


규칙과 규율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모든 것이 현실화된다. 공부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단 중 하나에서 멈춰야 한다. 그때 공부는 즐거워지고 자신의 내부로 들어오게 된다. 저자는 누구의 지시나 가르침에 의해 공부를 하지 않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책을 봤고 공부를 했다. 


이 책은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는 것을 통쾌하게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앞으로 더 성숙한 시민이 되겠지만 여기까지 온 과정만으로도 대단하고 대견하다. 오랜 시간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잘 안다. 한 인간이 스스로의 생각과 노력으로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정면으로 대결하고 인정할만한 성과를 얻는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계속 이어질 삶의 과정 또한 잘 헤쳐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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