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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01. 2017

늘 옆에 두고 싶은 단 하나의 사상서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01 세계공화국으로,  가라타니 고진


이 책을 끝으로 가라타니 고진의 컬렉션을 전부 읽었다. 한 사상가의 저서 대부분을 읽은 것은 가라타니 고진과 김용옥 둘 뿐이다. 두 분에게 감사드린다. 독서가 오락이고, 예능이고, 힐링이고, 자기 정화의 과정이고, 세계사에 대한 이해의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해준 사상가들이고 그분들의 노작들이다.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조금 전 독서가 끝난 책은 고진 컬렉션 1권, 세계공화국으로, 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고진의 철학은 이미 다른 그의 저서에서 다 읽었지만 다시 읽어도 여전히 좋다. 대부분의 좌파 사상가처럼 고진 역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에서 그의 질문과 사색이 시작된다. 


인류는 지금 긴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과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세 가지로 집약 가능합니다. 1. 전쟁 2. 환경파괴 3. 경제적 격차 이들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집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국가와 자본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국가와 자본을 통제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대로 파국의 길을 걷고 말 것입니다. P 225 


국가와 자본을 통제하기 위해서 먼저 국가와 자본에 대한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다. 마르크스를 넘기 위해서 마르크스를 독해하고 솔루션을 찾기 위해 칸트를 분석했다. 자본/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치밀한 분석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는 세계사를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서술했고 그 바탕 위에서 국가의 소멸을 주장했기 때문에 의도와는 달리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없었다. 


본래 생산양식이란 생산이 일정한 교환이나 분배 형태로 이루어지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즉 생산이 있고 그 후에 교환/ 분배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생산양식’이라는 표현을 취하면 교환이나 분배가 이차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맙니다. P 33


고진은 이 교환/분배를 키워드로 해서 세계사를 재구성한다. 종교, 화폐, 국가에서의 교환/분배를 설명하고 현재 최종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자본 = 네이션 = 국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셋은 자본주의적 교환을 매개로 최종적으로 구성된 결정체다. 셋은 어느 하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셋을 동시에 부정할 수도 없다. 예를 들어, 마르크스의 네이션 경시는 결국 피시즘에 굴복당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자본 = 네이션 = 국가의 시스템을 수용한 상태에서 이 시스템을 지양하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고진은 칸트의 세계 공화국에서 가능성을 찾았다. 그 아이디얼 타입을 고진은 어소시에이션이즘이라고 한다. 타자를 수단으로써만이 아니라 목적으로 다루는 사회, 늦어 보여도 가야 한 하는 미래로 상정하고 저자는 그 길의 충실한 안내자가 되기로 했고,  잘했다. 그 설명과 철학이 참 좋았다. 


다시 읽고 싶고 다시 읽어도 좋을 책이다. 권하고 싶다. 주변 지인들에게. 독해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계속 읽어 나가면 정말 달콤한 책이다. 


베네딕트의 상상의 공동체, 네그리 하트의 다중, 종교개혁의 의미, 종교적 원리주의, 애덤 스미스의 도덕 감정, 감정과 미학 등 중간중간 잘 정리된 내용이 참 많다. 참고로 기록해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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