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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28. 2018

미래를 접근하는 새로운 그러나 가장 상식적인 방법

노동 4.0 - 독일이 구상하는 ‘좋은 노동’, 이명호 저. 

미래를 접근하는 새로운 그러나 가장 상식적인 방법 


`오지 않은 시간,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 모두는 부지불식간에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게 된다. 몸과 영혼이 따로 작동된다. 미래는 현실이 아니고 현실과 상관없이 어느 가상공간에서 형성되는 새로운 시공간으로 인식한다. 새로운 시공간은 기술의 고도 발전에 의해 형성되는데 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의 미래 예측은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기술 결정론자가 아니더라도 기술이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우리 모두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예측은 늘 현실과 어느 정도 유리되거나 유리시키는 것이 편리하게 여겨진다.  


이런 유체이탈 화법을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 현실이 불안할수록 환상적 미래가 보여주는 자극적 화면이 섹시하게 느껴진다. 문제는 모두가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면 미래를 종교적 또는 상상의 관점에서만 재구성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사회 구성원 중 일부는 유체이탈 화법에서 벗어나 미래를 현실에서부터 출발해 사회경제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실질적 시각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적절하게 균형이 맞춰지고 생산적 논의가 가능해진다.  


이 책에서 저자 이명호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주제는 바로 이것이다. 독일의 [노동 4.0 백서]를 분석하여 한국 미래 사회를 위한 하나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었던 저자는 미래를 현실의 바탕 위에서 출발해보자고 주장한다. 인간의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실존 근거는 노동에 있고 노동의 현실 위에서 출발하지 않는 또는 출발하지 못하는 미래예측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소설에 불과하다. 재미는 있지만 현실성이 결여되어 있어 읽고 나면 허무해지는 미래소설 말이다. 미래를 노동에서 출발한다면 미래예측은 내일의 문제이면서 동시의 오늘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노동은 어떻게 변할까, 가 아나라 노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가 주요 질문이다. 질문이 바뀌면 미래의 주체 역시 바뀌게 된다. 기술이 아니라 노동하는 사람이 주체가 된다. 가상공간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 공간이 미래의 공간이 된다. 저자가 독일의 [노동 4.0 백서]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이것이다. 미래에도 여전히 인간의 존엄성은 유지되어야 하고 그 존엄성의 기반은 노동하는 인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노동을 이전보다 더 인간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기술은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충분히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더 인간다운 사회, 노동과 휴식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룬 사회를 만들어 보자. 왜 할 수 없는가?  


출발은 기술이 아니라 노동이고 인간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을 때 머리 속에 이 문장 하나만 남으면 된다. 이것이 미래를 접근하는 새로운 그러나 가장 상식적인 방법이다. 


독일의 [노동 4.0 백서] 분석을 통해 상식적 미래예측 방법론을 제시한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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