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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26. 2018

우리 삶에 신앙이 꼭 필요한 이유

명자 누나. 이한영 지음



 인생이 잘 풀릴 때는 신앙이 거추장스럽거나 장식용으로 느껴진다. 잘 될 때는 다가올 고난을 예상하기 어렵다. 예상하고 싶지도 않다. 지금 이 순간이 오래오래 이어질 것만 같아서 그저 하루하루가 행복할 뿐이다. 망각의 동물인 인간에게 이런 순간적 만족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지금 행복한데 왜 굳이 고난을 상상하면서 이 행복의 크기를 축소시키는가. 만약 행복이 계속 이어진다면 고난에 대한 우리의 사유와 준비는 가장 쓸데없는 일 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 행복이라는 것이 너무 짧거나 불완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는데 인간 존재의 비극이 있다. 길게 보면 행복은 순간이고 나머지 삶의 대부분은 일상적이거나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다. 단지 지금 행복하면 지나온 모든 시간이 긍정적으로 이해되고 지금 불행하면 살아온 모든 흔적들이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실제로는 불안한 존재들의 고난의 시간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대부분은 순간적으로 찾아온 기쁨 때문에 고난을 준비할 신앙을 내면화시키기 힘들다.  


저자의 원래 직업은 의사였다. 좋아하던 셋째 누나, 명자 누나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육종암에 걸렸고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선하신 하나님은 왜 명자 누나같이 착한 사람에게 암을 주신 것일까? “  


명자 누나는 고통에 겨워 자주 발작을 했고 때로는 혼수상태에서 저자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 한영아. 나를 너를 증오한다. 나 지옥에 갈 거야, 나 지옥에 가! “  


이 끔찍한 순간에도 젊은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고통스럽지만 참고 진정시키는 것 외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절망적인 순간에 저자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누나를 살려주시면, 천국에 가게 해주시면 목사가 되겠습니다.”  


서원기도 때문인지 명자 누나는 죽음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완쾌된 것이 아니고 누군가가 대소변을 도와줘야 했고, 상처에 약을 발라줘야 했고, 마사지를 해줘야 하는 타인 의존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런 상태에서도 명자 누나는 삶에 감사하고 더 힘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기 시작했다.  


젊고 예쁘고 지적인 여성이었던 명자 누나가 타인 의존적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면서도 자신보다 더 힘들어 보이는 이웃의 아픔과 공감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인생의 고난 그리고 그 고난에 함께하신 구약 선지자들과 예수님의 삶을 반추하게 된다. 인간에게 신앙이란 무엇인지, 구약의 선지자들이 겪은 고통이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왜 예수님은 평생 고난과 고통 속에서 사시다 돌아가셨는지 생각하게 되고 우리 삶이라는 것이 결국 고통과 고통에 대한 공감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고난 속에는 오래전 준비하신 주님의 신비로운 은혜가 있다. 우리 삶이 이전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이 되기 위해서 그만큼의 고난이 예비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스도는 지금 이 순간도 우리의 고통을 위로하시고 고난을 공유하고 계신다. 명자 누나를 통하여, 구약의 선지자와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 그리고 이런저런 만남을 통해서 저자는 고난의 의미를 미래의 은혜로 해석한다. 그리고 고난과 더불어 고난당한 사람들과의 공감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명자 누나는 내 가족일 수 있고 나일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고난은 오고 고난에 의해 좌절당하기도 한다. 우리의 신앙은 늘 불완전해서 쉽게 이겨내지 못할 수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보거나 혹은 이 책에 나와있는 선지자들의 이야기들을 기억하면서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한 문장  


“ 그러고 보면 내가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 중 고통과 고난 없이 얻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 같다 “ p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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