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Jul 24. 2018

죽음을 준비하는 한 철학자의 고백

논어 한글 역주, 도올 김용옥 


 내 인생의 두 사람의 멘토가 있다면 그중 한 사람이 도올 김용옥이다. 일면식도 없었고, 앞으로도 만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다만, 그 저서를 통해 배우고 있고 느끼고 있다. 논어 역주는 내가 읽은 도올 저서 중 최고봉이다. 늘 공부하는 사람이라, 더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깊이와 품격은 결코 쉽게 얻어질 수가 없다. 도올은 이 책에서 공자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공자의 입을 빌어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음악과 예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학문을 사랑하고, 늘 꿈이 있고 그 꿈을 펼치고 싶은 이상이 있고, 그러나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했고 , 그럼에도 다시 또 학문과 인생을 사랑하고 부단히 자신을 연마하고 즐기고 사랑하는 사람.  공자 이야기지만 결국 도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 방식으로 요약하자면 도올은 " 한 갑자가 지나고 나서 보니, 공자는 성인이 아니고 나 도올과 같은 학문과 예술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다"라고  차분하게 도올 표 논어를 서술하고 있다.  

 

 깊이 있는 인문학자의 글에는 젊음의 환희 또는 죽음의 그림자라는 두 개의 향기가 있다. 젊어 기개가 넘칠 때에는 환희의 내음이 글 사방에 넘쳐흐른다. 거리낌이 없고, 배려가 없다. 혁명을 위하여 목숨을 내어 놓을 때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느껴지지 않는다. 게바라와 랑보의 글이 그렇다. 그러다 어느 순간 서서히 환희 대신 죽음의 그림자가 문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글은 깊어지고 넓어진다. 부드러워지고 읽는 맛이 느껴진다. 도올의 이 글에서 나는 죽음을 준비하는 힌 인문학자의 마음을 읽는다. 그것은 공포나 두려움이 아니다. 깊은 자기 성찰이고, 우주 속에서 생명론적 순환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시키고 스스로 전체와 대면하는 자신의 고독함을 사랑하는 마음이다. 많이 깊어졌다. 공자와 하나가 되었다. 어느 것이 공자의 말씀이고 어느 것이 도올의 시편인지, 분별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모든 인문학은 궁극적으로 자신에 대한 글쓰기다. 

++

2009. 6. 21. 15:27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글. 네이버에서 브런치로 하나 둘 옮기는 중.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삶에 신앙이 꼭 필요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