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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12. 2016

빅데이터 시대에 잊혀질 권리는 가능한가

가상공간의 개인은 데이터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우선 ‘잊혀질 권리 (Right to be forgotten)’ 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게 된 배경부터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 (Mario Costeja Gonzalez) 가 구글과 신문사 ‘라 방그라디아 (La Vanguardia)’ 를 상대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에서 본인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금을 체납하고, 압류 소송에 걸리면서 집이 부동산 경매로 넘어간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곤잘레스는 상황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 (Spanish Data Protection Agency)에 청원을 제기하고, 자신과 관련된 기사가 노출되지  않도록 요청했다.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기사 삭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구글에는 검색 결과 링크를 없애라는 결정을 내렸다. 판결에 불복한 구글이 이의를 제기해 유럽 사법재판소로 넘어가게 되었고 2014년 5월 유럽 사법재판소(ECJ, European  Court of Justice) 는 구글에게 웹페이지의 링크를 삭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음 백과사전  참조)


이 사건을 요약하면 두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인터넷 네트워크에 돌아다니고 있는 특정 정보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고 침해를 당한 사람은 기록의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2) 검색 서비스 사업자가 일종의 정보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첫째 문장의 내용은 일반적으로 쉽게 동의할 수 있어 보인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 유포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 일종의 인격 살인이다. 그러나 반론도 있다. 스페인 개인정보보호원은 기사 삭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와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판단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곤잘레스의 경우 처음 기사에 게재된 내용은 사실에 근거한 보도였고 언론사로선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런 경우 나중에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이전 기록 삭제의 요청을 수용되면 유사한 요구가 빗발쳐 언론사의 옛 기록은 대부분 다 없어질지도 모른다. 언론사의 기사 삭제를 거부한 국가의 주장은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두 번째 내용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국민의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가 국가에서 기업으로 확산됐고 이제는 기업 역시 주요 정보 관리자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국가와 기업은 정보를  운영방식  방식이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선 국가부터 살펴보자.


보편적, 역사적 개념에서 볼 때 국가는 정보의 생성, 유통, 보관의 헤게모니로 만들어진 권력의 최종 심급이다. 폭력적 무력의 행사로 정권이 수립되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만들어지든 일단 국가 권력이 작동하게 되면 국민에 대한 폭력적, 민주적 통제 모두 정보관리에 의해 운영된다. 이런 흐름은 당연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대부분의 국가들은 정보관리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국민은 국가에 의해 관리되기 시작한다. 개인의 많은 정보가 정부 전산망에서 돌아다니고 있고 정부 서버에 저장되어 있다. 학력, 병력, 전과, 결혼, 경제적 상태 등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다. 특히 한국은 아직까지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이 있고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후진적 관료 마인드가 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모든 국민의 일상사가 거의 전부 정부 전산망에 기록되어 있다. 국가의 행정력은 이 정보들  위에 기초하고 있어 정보가 없으면 국가의 행정시스템은 단 일순간도 작동하지 못한다.


여기까지는 모든 국민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내용이다. 내 정보를 기초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고 이런 정보들이 민주주의의 물질적 기반이라는 일반적 사실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국가 경영을 위해 사용되어야 할 개인의 정보가 특정 정권, 정파를 위해 사용되거나 기업으로 넘어가 돈벌이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련의 사태는 아날로그 데이터 시절에는 거의 없었거나 있어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지만, 디지털 테이터 시대에는 아주 쉽고 저렴하게 일상적으로 자행되고 있다.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결코 쉽지 않다. 그래도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민들은 내 개인정보를 국가 전망상에서 삭제해 달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국가 내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가 관리하는 정보보다 더 많은 정보가 기업 서버에 보관되어 있다. 기업들은 개인들의 정보를 손쉽게 취득해서 기업의 이윤 확대를 위해 유용하게 이용한다. 정보를 수집할 때 나오는 정보보호를 위한 안내문과 법 조항 안내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는 비즈니스의 주요 수단이 된다. 정보가 더 많아야 더 많은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빅데이터 시대에는 글자 그대로 정보가 곧 돈이다. 이 정보들을 분석하면 다양한 사업거리를 만들 수 있다. 결코 개인정보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기업의 정보 관리 시스템은 국가의  그것보다 취약해 기업들이 자의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고 더 쉽게 외부에 유출될 수 있다. 어떤 기업에 어떤 정보가 보관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국민은 국가와 기업 모두에 자신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들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모르고 있다.


이제 제목으로 돌아가 보자. 빅데이터  시대에 잊힐 권리는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권리 행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개인, 국가, 기업 간 어느 정도 합의 가능한 컨센서스가 형성되어야 한다. 셋의  이해관계가 다 다르다. 하나는 피해자고 둘은 이익을 얻고 있다. 갑이 을의 입장을 쉽게 수용할 리가 없다. 피해자들의 연대만이 유일한 솔류션이다. 쉽지만 어렵다. 집에서 혼자 쓴 일기장은 죽기 전 태워버리면 그만이지만 네트워크에 올라간 데이터는 수많은 노드를 타고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  가상공간의 개인은 데이터로 자신을 드러내고 있다. 이 팩트가 중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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