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Jan 20. 2019

데이터가 없지, 가오가 없냐!!

유사역사학 비판 이문영 지음 


역사는 해석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정치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권력을 갖고 싶어 하는 세력들에게 역사는 자신의 아우라를 빛나게 해주는 화려한 무대장치 역할을 해준다. 그 사람과 그 사람 뒤에 있는 무대장치가 어우러져 한 개인의 가치관은 사라지고 환상적 이미지만 소비된다. 그 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는 어느 사회에서든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그 소비가 집단적, 국가적 소비로 이어지면서 광풍을 몰고 오기도 한다. 역사란 그래서 항상 긴장의 연속이고 사회적 갈등의 모태이기도 하다. 


특히 데이터가 부족한 고대사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심하다. 팩트 자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하나의 사실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자료 발굴, 과학적 연구, 합리적 가설과 비판적 논쟁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런 험난한 과정을 다 생략할 수 있는 ‘근사한 방법’이 있다. 상상력이다. 어차피 과학적으로 다 증명하기 힘들다. 상상력으로 복원하면 된다. 때마침 적절한 가이드라인 ‘환단고기’도 있다. 아니 없으면 만들면 된다. 또는 엮어 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한민족의 위대성이지 자질구레한 디테일이 아니다. 데이터가 없지, 가오가 없냐!! 


독서 내내 부산외대 이광수 교수가 쓴 ‘인도에서 온 허왕후, 그 만들어진 신화’가 생각났다. 이 책이 나오고 나서도 청와대는 인도와 허왕후 이벤트를 계속하고 있다. 청와대 독해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고서도 쇼를 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팩트가 아니라 정서고 논리가 아니라 상상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도처에 너무 많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청와대를 욕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청와대는 학술단체가 아니다. 정치권력 최정점에 있는 통치 조직이다.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그 바탕 위에서 정당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팬과 빠, 다 필요하다. 논리는 멀거나 힘들고 정서는 쉽게 가슴을 후벼 판다. 불법이 아니라면 잠시 눈 감고 이용하는 것이 무에 그리 나쁘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럴 수 없지만 그래도 대부분 대부분 넘어간다. 


시간이 흐르면 그래도 개인과 사회는 조금씩 이성화되고 합리적 결정을 하게 된다. 그때까지는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사람들의 고군분투가 계속 요청된다. 아니 그 이후에도 계속 필요하다. 덜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필요성이 없어지는 순간은 없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복잡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게 또 세상이다. 저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


책머리에 나는 왜 유사역사학을 비판하는가?
 
 제1부 유사역사학이란 무엇인가?
 제1장 유사역사학, 위서, 열등감
 1. 유사역사학의 정의 / 2. 위서의 세계사
 제2장 우리나라 유사역사학의 뿌리
 1. 투라니즘 / 2. 유사역사학이 계승한 식민사관 / 3. 일본에서 건너온 유사역사학 / 4. 신채호를 팔아먹는 유사역사학
 
 제2부 유사역사학과 식민사학 프레임
 제1장 유사역사학의 본격화
 1. 의사 출신의 명망가 최동 / 2. 일제강점기 군수 출신의 문정창 / 3. 역사학계를 식민사학으로 규정하기 / 4. 독재 정권의 이론가 안호상 / 5. 『환단고기』를 내놓은 이유립 / 6. 『환단고기』의 번역자 임승국 / 7. 유사역사학 전파와 확산의 배경
 제2장 유사역사학 만개하다
 1. 국사 교과서 공청회 사건 / 2. 『환단고기』의 등장, 막전막후 / 3. 천문학으로 다시 피운 불씨 / 4. 유사역사학의 공격과 역사학계의 대응
 
 제3부 『환단고기』를 비판한다
 제1장 사료비판이란?
 제2장 『환단고기』의 출현에 얽힌 수수께끼
 제3장 기자와 위만을 한국사에서 추방하라
 제4장 『커발한』에서 드러나는 『환단고기』의 제작 과정
 제5장 알수록 이상한 『환단고기』
 제6장 『환단고기』의 이상한 세계관
 1. 환국의 영토 / 2. 배달국의 영토 / 3. 한족의 영토 / 4. 단군 조선의 영토―전반기 / 5. 단군 조선의 영토―후반기 / 6. 삼국시대의 영토 / 7. 발해와 회·대 지역 / 8. 고려
 
 
 제4부 유사역사학의 일그러진 한국사 23장면
 제1장 치우라는 괴물
 제2장 『규원사화』 원본 이야기
 제3장 고조선은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되었을까?
 제4장 고조선은 어디에 있었을까?
 제5장 친일파가 모신 단군도 있다
 제6장 환국은 정말 있었을까?
 제7장 홍산문화를 둘러싼 아전인수 해석
 제8장 유사역사학이 공자를 소비하는 방법
 제9장 낙랑군 미스터리
 제10장 만리장성은 평양까지 이어졌었나?
 제11장 『태강지리지』라는 사료
 제12장 훈민정음에 나오는 ‘중국’은 어디?
 제13장 가림토 문자라는 허구
 제14장 영문학자가 사이비 역사학자로 둔갑당하다
 제15장 나라의 맥을 끊는 쇠말뚝 괴담
 제16장 조선총독은 돌아오지 않는다
 제17장 허왕후, 과연 인도에서 왔는가?
 제18장 광개토왕비에 얽힌 엉터리 이야기들
 제19장 삼국은 정말 중국 땅에 있었을까?
 제20장 역사는 제대로 알고 독립운동 하시나요?
 제21장 900여 차례 침공당했다는 한민족의 진실
 제22장 유사역사학이 아끼는 『만주원류고』라는 역사책
 제23장 유사역사가들이 떠받드는 부사년의 진실
 
 맺음말 증오를 가르치는 것은 역사가 할 일이 아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조선 도자기가 만든 메이지 유신에 관한 리포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