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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20. 2019

조선 도자기가 만든 메이지 유신에 관한 리포트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조용준 지음 

아주 경제 신문에 칼럼 연재할 때 같은 지면에 글을 쓰고 있던 분이라 늘 관심이 많았다. 직접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어 약속을 잡았는데 다리를 다쳤다고 해서 만날 수 없었다. 작년 연말쯤 신간이 출간되었다는 보도를 접하고 구매해서 읽기 시작했고 이제 대충이나마 다 읽었다. 


제목이 너무 좋았다. 근대화에 ‘성공’한 메이진 유신의 일본이 조선에게 던진 질문이 무엇일까? 성공한 사람이 실패한 사람에게 질문을 던질 필요는 없다. 만약 질문을 던졌다면 의문법이 아니라 설의법이다. 일본이 생각하고 실천한 근대화의 개념, 철학, 과정을 당시 조선은 어떻게 수용 또는 거부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의 현대적 의미는 무엇일까? 아직도 근대화 와중에 있는 지금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 대한 하나의 솔루션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과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이 책에 도자기 이야기가 이렇게나 많이 나올 줄 몰랐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도자기 장인들을 끌고 가 정착하게 한 후 일본의 도자기 산업이 발달하고 이후 도자기를 통한 부의 축적이 일본의 개항과 근대화의 중요한 물적 토대를 형성했다는 이야기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1850년대 유럽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때 일본 도자기가 큰 인기를 얻었고 이후 유럽과 미국에 대규모로 수출되어 일본 개화 세력에 물적 기반을 구축했다. 조금 비약을 하자면 일본의 근대화는 조선의 도자기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단 도자기뿐만이 아니다. 일본 개화의 중요한 인물들이 조선인 부락과 관련이 있고 조선인 부락의 한 소년이 메이지 왕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쿠조의 장남 도라키치 (=조선계 부락 출신)가 메이지 1868년 1월 15일 진짜 메이지 왕과 바꿔치기되는 것이다. P 563” 


이 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일본 개화에 있어서 조선의 장인, 조선의 도자기, 일본 내 조선인 부락이 일본 근대화의 중요한 내적 동인이 되었다는 역사적 사실과 아직도 일본에서는 메이지 유신 시대에 정한론을 주장했던 파시즘적 계보가 지금도 온존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 고취라고 볼 수 있다. 


저자의 직설적인 감정 표현이 책 중간중간에 많이 나온다. 미덕일 수도 있고 독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결론 부문을 보니 정서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저자의 집필 의도가 내가 책을 선택한 기대와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몰랐던 몇 가지 사실들을 알게 된 것은 좋았다. 


++

 프롤로그
 메이지 유신 150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 조슈, 사쓰마, 사가 번이 가진 공통점 · 철혈 연설에서 새로운 일본의 미래를 그리다 · 일본이 악착같이 감추고 싶어 하는 것과 그 이유들에 대해
 
 chapter 1 일본과 유럽인의 최초 만남(메이지 -325년) 


 1) 총으로 시작된 일본과 서구 문물의 첫 조우 
 2) 가톨릭교의 전래, ‘기리시탄’의 탄생(메이지 유신 -319년)
 3) 파란 눈의 사무라이, 미우라 안진
 4) 조선의 발견
 『하멜 표류기』·『하멜 표류기』의 마지막과 관련한 이런저런 사항들 
 
 chapter 2 사가 번은 어떻게 근대화의 선두에 서게 되었나?


 2) 사가 번, 일본 최초의 반사로와 증기선을 만들다 
 서양 대포 제작의 첫 관문, 반사로 완성 · 아리타의 도자기 기술로 내화벽돌을 만들다 · 


 chapter 3 조선 도자기, 일본의 운명을 바꾸다


 1) 사가 번은 무슨 돈으로 근대화를 이룩했나
 아리타야키의 새로운 시작 · 아리타 주민, 일본 신을 모시는 신사 위에 이삼평 기념탑을 세우다 · 일본 도자기 유럽 수출의 시작 · 사가 번에 떼돈을 안겨준 거관과 고려 할머니의 후손들 · 네덜란드 상인을 사로잡은 ‘란가쿠데’와 대표상품‘가라 코에’· ‘가키에몬’의 탄생
 2) 도자기, 최신식 무기로 둔갑하다
 3) 아리타 도자기, 해외 만국박람회에서 떼돈을 벌다

 
 chapter 4 사쓰마, 엄청난 빚더미 위에서 최고의 군비를 갖추다


 4) 사쓰마 번을 부자로 만들어준 미야마의 조선인 사기장들
 15대가 이어지고 있는 심수관 가문 · 박평의 가문은 왜 스스로 가마의 불을 꺼버렸을까? · 조선인 사기장 후예들이 사쓰마 부대의 주력을 형성했다? · 사쓰마의 메이지 주역들은 모두 대장장이 마을 출신 · 조상의 혼이 깃든 꽃병의 귀환
 
 chapter 5 조슈 번의 하급무사, 일본을 장악하다


 2) 조슈 번은 무슨 돈으로 무기를 구입했을까?
 사무라이 부인을 탐하고 남편을 살해한 조선인 사기장 · ‘이치라쿠, 니하기, 산 가라쓰’ 하기야키 명성의 시작
 
 chapter 6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3) 메이지 유신 최대의 흑막 두 번째, 바꿔치

기 한 메이지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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