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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27. 2020

"출렁대는 뱃머리 쌍고동아 울어라"

낭만선장의 희망의 뱃고동  이성규 지음


위 제목은 가요 '무역선 아가씨' 가사의 일부분입니다.  


무역선 아가씨 (아리랑씨스터즈)


출렁대는 뱃머리 쌍고동아 울어라

항구까지 이십 마일 가슴이 설랜다

항구의 매력은 무엇이길래

언제나 나를 불러 손짓하느냐

마도로스 파이프에 마도로스 파이프에

아~ 음~ 무역선 아가씨


피어나는 꽃구름 갈매기야 춤춰라

항구까지 이십 마일 가슴이 설랜다

항구의 사랑은 그런 것인데

언제나 나를 불러 손짓하느냐

마도로스 마후라에 마도로스 마후라에

아~ 음~ 무역선 아가씨  


++


업무차 부산에 가서 저자 이성규 선장을 만나 책을 선물 받았다. 본인 별명 중 하나가 낭만선장이라고 하면서 두 번째 책이라고 했다. 수필뿐 아니라 가끔 시도 쓴다고 했다. 서울로 오는 KTX 안에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소재로 가볍게 쓴 글들이라서 쉽게 읽혔다. 재미있게 읽다가 책 속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내가  아는 사람이 책 속에 등장한 것이다.  


"인천에 입항하게 되면 육상 회사 직원들과도 가족같이 친하게 지냈고 화물 감독과도 친분이 좋아 아주 친하게 지냈다. 약 30년이 흐른 지금도 이름이 기억되는 조충호 감독님이다. - 중략- 문득 그분이 그리워진다. 당시에 도움을 많이 받아 만나면 꼭 식사와 술을 한잔 대접하고 싶은 분이다. p 86 "  


나는 한 때 저자와 같은 회사에 근무한 적이 있다. 한진해운이 그 회사다. 그러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육상직원과 배 위에서 근무하는 해상직원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만날 일이 없다.  한진해운 근무 중에 해상직원을 만난 기억이 없다. 혹 만났을지 모르겠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의미 있는 만남은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한 마도로스의 기행문 정도로 생각하고  읽고 있었는데 뜻 밖에 아는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92년 5월 인천지점으로 발령 났을 때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던 조충호 감독을 만났다. 나보다 서너 살 위였던 조감독은 늘 쾌활한 사람이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조감독에 대해서는 불편했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 저자가 보고 느낀 그대로다. 나도 다시 만나면 식사와 술을 한번 대접하고 싶다. 잊고 살다가 우연히 읽게 된 책 속에서 조우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보고 싶다.


조충호 감독 이야기는 그만하고, 이 책은 가난한 거제도 출신 소년이 목포해양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최근까지 선장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경험한 것을 서정적으로 풀어쓴 일종의 자서전 성격의 책이다. 힘들었던 어린 시절, 애증이 교차하는 부친과의 관계, 어머니에 대한 지극한 마음, 자주 떨어져 살아야 하는 아내에 대한 애틋한 마음, 처음 가본 낯선 나라, 낯선 항구에 대한 솔직한 느낌이 투박한 문체로 서술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힌다.


이 책의 미덕은 애써 포장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퇴근 후 술자리에서 막걸리 마시면서 이런저런 과거담을 듣는 느낌이다. 때로는 자랑도 하고 때로는 후회 어린 경험담도 하는 파트너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다. 막걸리 여러 통이 비워져 있고 마지막 버스 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제 가야 하는데 아직 이야기가 끝나지 않고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음 이야기도 계속 듣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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