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크리스마스 존 도미닉 크로산 저 | 한국기독교연구소
"예수가 출생한 계절과 월일은 아무도 모른다. 예수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잡은 것은 300년대 중반까지는 결정되지 않았었다. 그 이전에는 기독교인들이 3월, 4월, 5월, 11월 등 서로 다른 때에 그의 탄생일을 축하했었다. 그러나 350년경에 로마의 율리우스 교황이 12월 25일을 탄생일로 선포함으로써, 로마의 동지 축제, 즉 "정복되지 않은 태양의 탄생일" 축제와 통합시켰다. 로마인들의 태양 탄생일이 기독교인들의 아들의 탄생일이 된 것이다" p 228
20여 년 전 존 도미닉 크로산의 '역사적 예수"를 재미있게 난 후에 그의 팬이 됐다. "역사적 예수"에서 저자는 실존 예수에 대해 아주 냉철하게 분석을 했다. 역사적 고증을 통해 판단하자면 고통스럽지만 부활은 없었다, 라는 것이 이 책의 요지 중 하나였다. 그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저자는 수집 가능한 당대의 모든 자료를 구해 읽고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설득이 되면서 오히려 예수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 이전보다 오히려 '믿음'이 더 강해졌다. 한 인간이 죽음 앞에서 그토록 당당하게 설 수 있다는 경외심이 신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 예수" 이후 크로산의 저서 몇 권 더 읽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 책을 읽었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우리는 예수 탄생 이야기들의 사실성(factuality)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고 선언한다. 관심 있는 것은 "예수 탄생 이야기들이 당시에 무엇을 뜻했으며 지금은 무엇을 뜻하고 있는가?"라고 한다. 결론은 이렇다. 마태와 누가가 쓴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딩시 로마의 제국 신학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었다. 예수의 탄생 이야기는 아우구스투스의 신격화, 아우구스트스가 다스리는 로마제국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승리를 통한 평화를 이야기하지만 우리 주님은 정의를 통한 평화를 이야기한다. 너희의 폭력은 우리의 비폭력에 의해 종말을 맞을 것이다. 이런 의도를 갖고 마태와 누가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재구성한다. 마태는 구약의 여러 구절들을 차용해서 예수 탄생의 신성성을 부여하고 누가는 성가 등을 활용해서 예수 탄생의 서정적 서사를 완성한다.
동정녀 탄생, 하나님의 아들, 탄생일을 생명과 살림이 시작된 날로 인정한 것, 구세주라는 칭호, 그의 현존이 하나의 복음인 것, 이 모든 것들은 예수의 탄생 이야기 전에 이미 아우구스투스 중심으로 구축된 로마 제국 신학의 기본 요체였고 마태와 누가는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예수 죽음 이후 80년 또는 90년대쯤 쓰인 두 복음서의 저자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이 세상의 평화는 전쟁이 아니라 정의를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 그래서 대림절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 예수 탄생의 역사적 사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수 탄생의 역사성, 그 안에 내재되어 있는 하나님의 신학이 중요하고,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마태복음과 누가복음의 기록 연대가 초기 다른 문서보다 나중에 기록된 것으로 보아 "예수의 탄생 이야기들이 최초의 기독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p 42".
한국 기독교의 대부분이 아직도 천박한 구복 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다시 가슴 아프게 만든다. 그놈의 성경문자주의에 경도되어 지성과 합리적 비판의식도 다 무시되고 그저 아멘과 믿씁니다만 통용되는 집단이 되어 버렸다. 서울신학대학교 교수 손원영 목사가 해직된 사유와 법원의 복직 결정에도 불구하고 복직을 불허한 천박한 변명을 듣다 보면 한숨이 나온다. 최소한의 상식도 양심도 없는 기독교인들이 너무 많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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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1부. 비유, 전주곡, 그리고 상황
1장 첫 번째 크리스마스의 이야기들
2장 전주곡으로서의 비유들
3장 크리스마스 이야기들의 상황
2부. 족보, 잉태, 그리고 탄생
4장 족보와 운명
5장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다
6장 다윗의 도성 베들레헴에서
3부. 빛, 성취, 그리고 기쁨
7장 어둠 속에 비친 빛
8장 예수는 예언의 성취
9장 온 세상에 기쁨이
부록 1. 마태와 누가에 나오는 예수 족보
부록 2. 누가복음에서 예수와 세례 요한 사이의 병행구
부록 3. 누가복음에 나오는 예수의 소년 시절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