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Oct 14. 2020

호모 사피엔스, 지능과 문화의 하이브리드

호모 사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 저자 조지프 헨릭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호모 사피엔스가 성공했다면 그 이유는 지능을 문화적으로 활용한 시공간적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유전자는 이 문화적으로 구축된 세계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하고 있고, 이것이 지금껏 그래 왔고 지금도 그렇듯, (문화는) 인간의 유전적 진화의 일차 주도자다"  471 


이전까지는 어느 특정 시기 (예를 들어 10 만전, 5만 년 전, 1만 년 전)에 갑자기 "혁신과 창조성"이 폭발하면서, 즉 유전적 진화가 폭발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생각이란 것을 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 그 생각들을 문화적으로 활용하면서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주인이 되었다는 것이 통설인데, 저자가 연구 조사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전자와 문화는 상호작용하면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인간을 서서히 만물의 영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 다양한 원시 부족의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물들과 여러 분야 (예 언어학, 생물학, 심리학 등)의 학문적 성과들을 인용하고 있다. 


저자가 인용한 사례들을 요약하면 이렇다.  A. B 두 부족이 있고 동일한 인구수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가정하자.  A 부족은 적절하게 인구수가 늘어나고 있고 B부족은 어떤 이유로 연장자가 많이 죽었다고 하자. 만약 지능이 동일하다면 그리고 지능이 모든 것을 판단하는 거의 절대적 요소라면 일정 기간이 지나면 두 부족은 동일한 인구수를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연장자가 갖고 있던 집단적 지혜 (=문화)가 소멸되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고 결국 부족 자체가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A 부족은 연장자의 지혜를 수용하고 계승하면서 그 내용을 점진적으로 유전자에 각인시켜 다음 세대로 전해준다. 


결론적으로 똑똑한 인간이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조직의 문화를 내면화시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줄 아는 인간이 더 오래 생존하면서 후세대를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주 오래전 이야기들, 수십만 년 전 아니 수만 년 전 이야기들은 결국 합리적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될 수밖에 없고 일정 부분 논쟁의 여지가 분명 존재한다. 누가 다 알겠는가, 그 신비한 과정들을. 결국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고 그러한 주장이 갖고 있는 현재성, 시대적 의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다.   


책의 원래 제목 "The Secret of Our Success: How Culture Is Driving Human Evolution, Domesticating Our Species, and Making Us Smarter" 에는 Homo Sapience라는 표현이 없다. 유발 하라리 때문에 "사피엔스"가 인기가 있어 한국어 제목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들어가 있다. 이 책이 유발 하라리에 "사피엔스'보다 더 낫다. 


책 읽다가 재미있는 내용 하나 발견했다. 뉴기니의 A 부족이 돼지 생산이 저조해 이웃 부족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로 했고 다섯 개의 솔루션을 얻어 왔다. 그중 네 번째가 


4. 여자는 돼지를 더 잘 보살피고 더 많이 먹어야 한다. 여기에 더 들어가는 시간을 벌기 위해 여자는 잡담 시간을 줄여야 한다. P 266 


이제 알았다. 소는 여자가 키워야 한다는 것을...   


읽다가 밑줄 친 몇 문장 옮겨 놓는다.           


우리 조이 성공한 비밀은 우리 개개인이 지닌 마음의 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집단 두뇌에 있다. p 26


지능은 답이 아니다. p 30


젖먹이들은 -- 똥을 가릴 수 있기도 전에, 실력과 신뢰도 단서를 기반으로 선태적으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p 109


문화는 지난 1만 년 사이에 여러 개체군 안에서 높은 빈도로 특정한 유전자들을 주도해왔을 뿐만 아니라, 사실은, 문화적 진화가 자연 속의 다른 곳에서 보이는 선택압보다 더욱 강력한 선택압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때로는, 문화가 더 급속한 유전적 잔화를 촉진하고 주도한다. p 139   

 

인간의 협력과 사회성을 이해하려면 문화적으로 진화한 사회규범들의 연쇄적 그물망 안에서 우리의 사회적 본능들이 활용되고 확대되고, 재조합되는 방식을 탐구해야 한다. p 222  


언어는 장기간의 누적적인 문화의 진화에서 생겨난다. p 349


문화적 진화는 생물학적 진화의 한 유형이다. p 391 


우리가 영리한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우리가 거인의 어깨 위에 서 있어서도 아니고 우리 자신이 거인이어서도 아니다. 우리는 난쟁이들로 세워진 커다란 피라미드의 어깨 위에 서 있다. p 483 


++


목차


머리말
제1장 수수께끼 같은 영장류
제2장 지능은 답이 아니다
제3장 길 잃은 유럽인 탐험가들
제4장 문화적인 종을 만드는 법
제5장 커다란 뇌가 무슨 소용? 혹은, 문화는 어떻게 우리를 겁쟁이로 만들었는가?
제6장 왜 어떤 사람들은 눈이 파랄까
제7장 신뢰의 기원에 관하여
제8장 명망과 권력, 그리고 폐경
제9장 외척과 근친상간 금기, 그리고 의례
제10장 집단 간 경쟁이 문화적 진화의 틀을 형성한다
제11장 자기 길들이기
제12장 우리의 집단 두뇌
제13장 규칙이 있는 의사소통 도구
제14장 문화에 동화된 뇌와 명예를 아는 호르몬
제15장 우리가 루비콘강을 건넜을 때
제16장 왜 우리였을까?
제17장 새로운 종류의 동물
후주/ 참고문헌/ 도판 출처/ 찾아보기

매거진의 이전글 "예수가 출생한 계절과 월일은 아무도 모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