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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24. 2020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테크놀로지의 덫, 자동화시대의 자본, 노동, 권력  


책 제목에 나오는 덫, Trap이라는 단어 때문에 기술 진보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대부분 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용은 그 반대였다. 덫은, 예를 들면  지뢰처럼,  전진을 막는 치명적 방해물이지만 앞으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제거해야 되는 것들이고 일단 제거되면 반복해서 등장하지 않는다. 덫이 없어진 필드에서는 거침없는 행진이 가능하다. 덫을 제거해야 미래로 갈 수 있다. 덫이 없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은 또는 새로운 세상은 이전 질서와의 갈등과 투쟁 속에서 발생하고 성장한다. 갈등과 투쟁, 덫의 다른 이름들 중 하나다.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이다. 분명 덫은 있다. 덫이 있는데도 없다고, 혹은 덫이 아주 작아서 무시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기술결정론적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덫을 무시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덫 때문에 직장을 앓고 가정이 파탄 나기도 한다. 러다이트 운동은 그런 분노의 한 표현이다. 책 여기저기에 많은 사례가 나온다. 적절한 규모의 중산층이 필요한데 덫 때문에 그 중산층이 줄어들면 그 폐해는 온전히 국가의 부담으로 귀착된다. 


또 덫이 너무 커서 앞으로 전진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염려하지 말라고 저자는 역사적 사실들을 언급하면서 차분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기술의 진보는 장기적으로 모두에게 혜택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역사적, 통계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다만 어느 정도의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그 시간 중 하나가 책에 자주 언급되는 앵겔스의 휴지 (Engels' pause) 다. 과도기가 길면 미래가 불투명해 보이고 결국 혁명을 유일한 솔루션으로 생각하기 쉽다. 마르크스와 앵겔스의 종말론적 사고가 이 휴지기에 등장했다. 갈등의 최소화 또는 사전 방지를 위해서 일자리가 없어졌거나 없어질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위한 국가의 체계적 지원은 필요하다. 덫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국가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더 나은 투자임이 분명하다. 


대충 이런 이야기다. 생각보다 결론이 단순하다. 사실 좋은 책들은 대부분 단순한 결론을 갖고 있다. 이 책을 포함, 좋은 책들은 그 단순한 결론을 위해서 독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너무 치밀하고 헌신적이다. 독서의 맛이 여기에 있다. 저자는 산업혁명 이전부터 기술이 노동자의 일자리에 미친 영향을 객관적이고 역사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내용 하나하나가 새롭다.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나중 써먹을 적절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었다.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꼭 읽어 보라고. 


++

 

목차


머리말
서문

1부 대침체

01 산업화 이전의 간략한 발전사
02 산업화 이전의 번영
03 기계화의 실패 이유

2부 대분기

04 공장의 도입
05 산업혁명과 그 불만

3부 대 평준화

06 대량 생산에서 대번영까지
07 기계 문제의 귀환
08 중산층의 성공

4부 대반전

09 중산층의 몰락
10 추진과 분열
11 양극화 정치

5부 미래

12 인공지능
13 부에 이르는 길

감사의 글
부록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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