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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an 27. 2021

온라인 로스쿨 논쟁과 가상공간의 재해석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더불어민주당의 정청래 의원이 국립방송통신대학교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설치ㆍ 운영하자는 특별법을 발의했다. 방송통신대학의 수업이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종의 온라인 로스쿨을 만들자는 이야기다. 왜 온라인 로스쿨일까. 법안 제안이유에 다음과 같이 나와있다.  


2017년 사법시험 폐지 및 로스쿨 교육환경 등의 문제점들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ㆍ직장인ㆍ가사 전업자 등의 법조계 진출이 현실적으로 어려워 사회적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임.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다양한 경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 온라인 로스쿨을 도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계속 제기되고 있음


경제적 여건 등으로 오프라인 로스쿨에 입학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대안적 로스쿨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온라인 로스쿨은 저렴한 학비, 온라인을 통한 수업의 용이성 등으로 인해 다양한 계층과 배경을 가진 전문 법조인 배출을 위한 좋은 솔루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특별법 제안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반대의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반대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온라인 교육 관련한 반대는 다음과 같다. 


"이미 인가받은 로스쿨에 온라인 과정을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변호사 진입 기회를 확대하고, 법학교육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이런 주장은 모집 인원 범위 내에서 사회적 약자 배정을 늘리고 수업의 일부를 온라인으로 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법조계 진출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에 새로 로스쿨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논쟁의 결말이 어찌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결말과 상관없이 온라인 로스쿨 설립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시사점이 하나 있다.


이 논쟁을 통해 우리 사회가 온라인 교육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를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교육 시스템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많은 돈이 들어가지 않는다. 강의 콘텐츠를 계속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고 물리적 강의실이 필요 없기 때문에 수강 인원에 제한이 없다. 낮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저녁에 집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어 모두에게 개방적이다.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런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에 대한 이런 인식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코로나 이후 대학 강의의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소비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불만이 크다. 강의 환경이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오프라인 강의의 장점은 다 사라지고 학생들은 수동적 시청자의 입장에 머물러 있다. 질문과 응답, 토론과 정리, 소규모 활동 조직 및 기획 등 공부에 필요한 일련의 과정들이 사라지고 교수의 입만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학생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출석 체크를 위해 화면을 응시하는 것뿐이 없다. 실험이 필요한 이공계나 실기가 중요한 예체능계는 말할 것도 없고 문과 계열의 학과에서도 이런 식의 온라인 강의 때문에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온라인 강의 본연의 장점은 다 없어지고 단지 수업 참석 만을 위한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처음 온라인 교육이 시작될 때 오프라인 교육의 보완적 성격 때문에 호응을 받았지만 본질적으로 온라인 교육과 오프라인 교육은 그 속성이 다르다. 온라인 교육 또는 온라인 활동이 이루어지는 가상공간과 오프라인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는 물리적 현실 공간은 전혀 다른 공간이다. 교육을 예로 들어 보자. 근대의 교육 시스템은 특정 공간 안에서 가능한 한 많은 학생들에게 주입식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대중교육이다. 할 수만 있다면 많은 학생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개성에 따른 창의성 교육보다 동일한 지식의 습득이 더 중요했다. 의무 교육을 수료한 다음 자본주의 대량 생산 시스템의 충실한 부분이 되는 것이 교육의 목표였다. 초기 온라인 교육은 이런 대중 교육 메커니즘의 충실한 도구였고 그런 이유로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온라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가상공간은 기본적으로 물리적 공간의 단순한 확장이 아니다. 두 개는 서로 다른 공간이다. 물리적 공간은 그 나름 한계도 있지만 동시에 현실 공간이라는 속성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정보 이상의 것을 주고받는다. 지금껏 많은 문화와 문명이 현실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특히 교육의 경우 현실 공간에서 인격적 소통을 통해 발전이 이루어졌다. 학교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결과는 온라인 교육을 통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다.


우리는 온라인 교육 과정을 설계하기 전에 온라인 교육이 일어나는 가상공간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가상공간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정체성의 공간이다. 나이, 성, 국적, 계급에 관계없이 개인의 유동적 정체성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다시 재구성되는 공간이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타인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찾아 자신의 솔루션을 만드는 공간이다. 이 공간 안에서 사람들은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다른 가능성이 되기도 한다. 이런 변화들이 모여 사회를 변화시킨다. 지식 주입식의 온라인 교육보다는 기존 질서를 변화시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교육이 더욱 필요해지는 이때 가상공간에 어울리는 교육방법에 대한 국회나 국가 차원의 고민이 있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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