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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Feb 10. 2021

트럼프· 가짜 뉴스· 이익독점제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하원에서 두 번이나 탄핵을 당했다.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도 그의 영향력이 남아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그의 정치적 부활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가 마지막까지 주장한 미국 대통령 부정 선거를 믿는 사람들은 이제 쿠어논 같은 극단적 음모론 집단을 제외하면 별로 없다. 대통령으로서의 통치 능력과는 별도로 트럼프가 마지막까지 부정선거를 주장했고 불복종을 선동하면서 의회 난입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사실은 이제 평생 그에게 족쇄가 되어 정치가로서의 복귀를 불가능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취임 이후부터 마지막까지 가짜 뉴스를 만들고 확산시켰다. 역설적으로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탄핵을 통해 가짜 뉴스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트럼프 이전에도 대통령의 ‘가짜 뉴스’는 있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또는 국익을 위해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거나 외교적 언사를 써서 특정 상황을 애매모호하게 표현하는 사례들은 많았다. 그러나 나중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정상을 참작해서 별일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짜 뉴스의 생성과 유포가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다. 때로는 국익을 위해 유보되는 정보들도 있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기 때문이다.


트럼프처럼 대통령이 스스로 가짜 뉴스를 만들고 유포시킨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공과 사로 구별되지 않는다. 대통령이 트위터로 특정 내용을 유포하면 내용의 사실성과는 상관없이 일단 공적 담론으로 포장된다. 가짜 뉴스가 공식적 채널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확산되면서 사회 여론을 형성한다. 가짜 뉴스는 진실이 되기도 하고 이념적 무기가 되기도 한다. 나중 가짜 뉴스가 정말 가짜 뉴스였다고 주요 언론사에서 기사가 나와도 트럼프는 동의하지 않고 트럼프 추종자들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새로운 가짜 뉴스가 만들어져 다시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다른 미디어에 관심을 쓸 필요가 없다.


트럼프가 가짜 뉴스를 만든 이유는 단순하다.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비단 트럼프뿐 만이 아니다. 모든 가짜 뉴스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가짜 뉴스가 유통되면서 돈과 권력을 얻는 사람, 집단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런 가짜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라 일종의 악성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악성적 가짜 뉴스는 비의도적 가짜 뉴스와는 다르다. 처음 보도될 때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로 보도가 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잘못된 미투 보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일들은 없어져야 하겠지만 그래도 일정 시간 지나면 회복되기도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만들어져 유포되는 가짜 뉴스들은 일종의 기획의 산물이기 때문에 결코 취소되거나 소멸되지 않는다. 매스 미디어 시대와 달리 가짜 뉴스가 계속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체 플랫폼 구축과 운영에 있다. 지금은 유튜브 안에 개인 채널이 매스 미디어 시대에 방송국이나 신문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계정 하나가 방송국이나 신문사보다 영향력이 더 큰 경우도 많다. 어떤 계기로 특정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게 되고 그 콘텐츠에 빠져들게 되면 뉴스나 정보의 진실성 여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확증편향에 빠지게 되고 다음 콘텐츠를 기다리게 된다.


가짜 뉴스, 가짜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콘텐츠를 결코 가짜라고 말하지 않는다. 자신만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고 순교자적 사명의식으로 국가가 감추고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특정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기 단계에서는 판단할 정보의 절대적인 양이 적어 진위 여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사건 발생 직후에는 음모론적 분석이 대중에게 더 어필되는 경향도 가짜 뉴스 확산에 도움을 준다.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가짜 뉴스가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과도한 확산과 그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다.


미 의회에 난입한 폭도들의 행동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번 음모론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폭력의 현장 한가운데에 있게 된다. 가짜 뉴스, 가짜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다.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선량한 구독자였던 사람들이다. 가짜 뉴스, 가짜 콘텐츠 제공자 역시 자신과 같이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것이다. 이익과 권력을 더 많이 갖기 위해 계속해서 가짜 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것이다. 제한된 구독자를 더 많이 흡수하기 위하여 더 선정적인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법적 강제를 통해 이 메커니즘을 해소시킬 수는 없다. 안타깝게도 쉬운 해결책은 없다. 단지 하나 돈과 권력을 얻기 위해 상식을 배반하는 사람들의 호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깨어있어야 한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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