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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Feb 18. 2021

테슬라와 비트코인, 카오스와 코스모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미국 전기 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가 “고객이 우리 제품을 살 때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글로벌 기업이 비트코인을 정상적인 결재 수단으로 인정한 첫 케이스다. 테슬라는 8일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지난 1월에 15억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구매했고 향후 더 매입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상당한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테슬라가 자사 제품의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인정하면서 향후 테슬라는 비트코인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한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테슬라의 이런 결정은 전기자동차만의 장점을 극대화한 고성능 차량을 선보여 전기자동차의 역사를 뒤흔든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보다 더 중요하게 보인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를 이용한 운송 수단을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막대한 투자와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글로벌 시장에서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전기 자동차는 언젠가 누군가에 의해 구현될 그리 멀지 않은 미래라고 우리 모두 생각하고 있었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제조 경험 등의 노하우가 축적되면 가능하다고 믿어 왔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일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이제 비트코인은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와 함께 글로벌 시장의 주요한 상징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테슬라 이전에도 비트코인은 계속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늘 위험한 아이로 취급받았다. 금과 같은 자산으로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화폐로서 비트코인은 불안 그 자체였다. 비트코인이 확산되면 국가의 경제정책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국가에 의한 비트코인에 대한 규제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있었고 지금도 그렇다. 특히 경제 통제가 심한 나라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국가에 의한 비트코인 규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테슬라가 결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함으로써 이제 비트코인은 아직 합법적이지는 아니지만 합법화 바로 앞까지 진출했다고 볼 수 있다. 아니 합법화 여부와 상관없이 테슬라를 사려는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결제 수단이 되었다. 이런 사실이 이전의 비트코인 활용 사례와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테슬라 이전에는 개별 주체들에 의한 일시적, 시범적 또는 지역적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이용했다. 또는 마약 거래와 같은 검은돈의 세탁용으로 사용되거나 불법 증여 수단으로 이용되었다. 세계적 유통망이 있는 기업에서 일상적으로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비트코인이 지난 10여 년간 큰 문제없이 잘 작동됐음에도 불구하고 결제 수단으로써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중앙은행의 부재에 따라 변동성의 폭이 크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극적인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변동성이 심하면 화폐로 인정받기 어렵다. 각 국가의 중앙은행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이 변동성을 예측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시키는 것이다.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 변동성이 줄어들어 시장에서 용인 가능한 정도가 되면 새로운 금융 시스템이 탄생할 수도 있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면 변동성이 줄어들고 안정될 수 있다.  


2018년 기사에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Paul Krugman)은 "비트코인이 출현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마존과 같은 기존의 중앙화 된 서비스와 견줄 만한 활용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암호화폐의 본질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10여 년간 문제없이 잘 작동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존과 같은 기존의 중앙화 된 서비스”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이 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인정하면서 테슬라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중앙화 된 서비스를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중앙은행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테슬라는 공격적 투자의 일환으로 비트코인을 선택했고 이왕 선택했으니 제대로 해보자는 차원에서 결제 수단으로 확대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새로운 물결 앞에 서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근대 국가의 탄생 이후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통제 없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통용되는 화폐를 보게 될 수도 있다. 개인이 만들고 전자적 네트워크로 유통되며 글로벌 기업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하며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 대리점들이 비트코인 ATM이 되는 세상이 멀지 않았다.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는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할 것인가와 그 개입이 실제로 효력이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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