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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Feb 25. 2021

네이버 실검 폐지와 데이터의 신뢰성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네이버가 지난 16년 동안 해오던 ‘실시간 검색어 (실검) 서비스’를 이달 25일 종료한다고 공식 블로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발표했다. 다음이 지난해 2월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고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도 실검 서비스를 폐지하면서 이제 실검 서비스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두 포털 사이트의 실검 서비스는 인기만큼이나 논란이 많았던 서비스였다.


특히 대중의 즉각적 관심이 필요한 정치가들이나 연예인들에게는 마약같이 자극적인 서비스였다. 특정 행사 뒤 실검에 자신의 이름이 오르느냐와 몇 위에 오르느냐에 따라 대중적 인기 정도를 확인할 수 있어 순위 조작을 하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실검 서비스 중단 사유를 알기 전에 우선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네이버는 서비스 시작의 계기를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사용하는 키워드는 다양한 사용자들의 관심사라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보라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과 그에 따른 서비스 개시는 충분히 동의된다. 사실 대부분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는 자신보다는 남의 일상일 때가 더 많다. 인격적 만남은 줄어들고 있을지 몰라고 타인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에 대한 개인적 호기심은 항상 존재해왔다.


이런 의미 외에도 실검 서비스의 실질적 효과는 여러 면에서 있었다. 매일 매시간 네이버를 방문하는 수많은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를 통해 “가장 빠르게 재난 상황을 알려주거나 관심 있던 기업의 채용 소식을 챙겨주고, 한때 좋아했던 스타의 근황으로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는 등 사회적 메시지와 주요 정보, 정서적 동질성 등을 공급하면서 순기능 역할을 수행해왔다.


실검 서비스는 지금도 이런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복잡하게 구성된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보다 가볍고 쉽게 운영할 수 있고 입력 소스 역시 단순하다. 그에 비해 결과물들은 매우 생산적이다. 실검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주요 키워드를 통한 검색이 연쇄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런 서비스가 왜 중단되었을까. 네이버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유 중 하나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 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변화되었기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실검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주어진 콘텐츠보다 본인이 필요한 것을 능동적으로 찾아 소비하기 때문에 실검 서비스의 목적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더 원하는 것은 일련의 생산적인 콘텐츠라서 “검색어 트렌드로 시작해, 쇼핑 인사이트, 카드 사용 통계, 지역 통계, 댓글 통계 “등으로 이어지는 생산적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네이버의 이런 발표 내용은 큰 틀에서 보면 동의할 수 있다. 물리적 네트워크 환경이 좋아지고 개인 방송 등을 위한 솔루션 구축이 용이해지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들의 수와 콘텐츠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경향은 날이 갈수록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실검 서비스를 폐지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일부 언론에서 실검 서비스 폐지의 한 원인으로 특정 집단에 의한 의도적 실검 장악과 그에 따른 폐해를 거론한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실검 리스트 1위에 올리기 위해서 지지 세력을 동원해 의도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상태를 방임한다면 실검 서비스 자체가 무의미해지게 된다.


네이버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선거운동 기간 중 급상승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했었다. ‘조국 사태’에서 보인 것처럼 찬성과 반대 세력들이 검색 서비스를 통해 서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과도하게 포털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례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정책에 의해서 또는 본인이 관련된 어떤 사건에 의해서 특정인에 대한 점진적 호감 증가와 그 반대 현상 모두 자연스럽다. 그러나 처음부터 지지나 반대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동원하여 여론에 영향을 끼치게 되면 실검 서비스의 본래 의미는 상실된다. 네이버가 우려한 것은 이런 현상들의 반복 가능성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실검 서비스와 급상승 검색어 서비스가 가능한 물리적 이유는 네트워크의 속도 때문이다. 속도 그 자체는 하나의 미덕일 수 있지만 속도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매스 미디어와 개인 미디어의 구별이 사실상 없어진 상황에서는 속도가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가짜 뉴스의 확산도 기본적으로는 속도와 관련이 있다.


검증 이전에 이미 확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실검 서비스 중단은 속도를 제한할 수는 없는 네트워크 시대에 사회적 신뢰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데이터의 유통을 막기 위한 하나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초고속 시대일수록 데이터 신뢰성에 관한 문제는 계속 나올 것이고 이 문제의 해결 여부에 따라 미래의 모습이 많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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