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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r 09. 2021

뉴스 유료화에 대한 두 시각, 구글과 페이스북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구글이 글로벌 미디어에 뉴스 콘텐츠에 대한 이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뉴스코퍼) 소속 언론사들에게 구글이 뉴스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지난 17일 뉴스코퍼가 발표했다. 양사는 향후 광고 수익을 공유하고 뉴스 콘텐츠 구독을 위한 공동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으로 공짜 뉴스에 대한 논란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고 계속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감수했음에도 그 열매는 언론사들에게 돌아오지 않고 플랫폼 사업자가 독점하는 구조에 대한 비판이 계속 있어 왔다. 


 물론 구글이 자발적으로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아니다. 구글뿐 아니라 누구라도 자발적으로 돈을 내어놓는 기업은 없다. 구글의 이런 결정은 EU와 개별 국가들의 지속적인 압력 때문이다. 최근 호주는 뉴스 콘텐츠 사용료 지급을 강제화하는 법안을 추진해왔다. 현재 호주 하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 뉴스미디어 협상법 (News Media Bargaining Code)이 통과되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디지털 플랫폼 회사는 호주의 뉴스 콘텐츠 사업자들과 90일 이내에 사용료 협상을 해야 한다. 이 법안이 처음 발의되었을 때 구글은 호주에서 서비스를 철수하겠다고 반발했지만 유럽에서 유사한 법안들이 추진되자 협상으로 입장을 바꿨다.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이 통과되기도 전에 구글은 호주의 개별 언론사들과 사용료 지불 계약을 맺거나 서비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호주 이전에도 구글은 독일의 슈피겔이나 슈테른 같은 주요 언론사들과 뉴스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고 프랑스 신문협회에 3년간 76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하는 등 개별 국가들의 요구와 압력을 수용해 왔다. 브라질의 주요 언론사들과도 콘텐츠 사용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는 캐나다, 뉴질랜드 등과 저작권 관련 협상 중이다. 구글과 개별 국가들과의 이런 협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사실상 개별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구글과는 대조적으로, 적어도 현재까지는, 페이스북은 다른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호주의 뉴스미디어 협상법 제정 추진에 반발하면서 페이스북은 오히려 뉴스 콘텐츠 사업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돈을 벌었다며 앞으로 뉴스 공유와 게재를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물론 페이스북이 뉴스 콘텐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은 영국에 있는 수백 개의 언론사와 뉴스 사용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이 전용 뉴스 탭을 이용한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사전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뉴스 탭에 노출된 기사 제목을 클릭하면 언론사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서비스라 사전에 언론사들과 조율이 필요했다. 


호주의 경우 구글과 페이스북의 대응 방식이 정반대로 나타난 것은 두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뉴스 탭을 이용한 서비스가 없다면 굳이 언론사에 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페이스북의 핵심 서비스는 구글과 달리 뉴스 기사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뉴스를 보기 위해 페이스북을 열지 않는다. 검색이 주요 서비스인 구글과 달리 페이스북은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개방형 플랫폼 구조로 되어 있다. 자신의 콘텐츠가 친구들을 통해 소비되는 과정을 즐기고 친구들의 콘텐츠를 공유하기 위해 스크롤을 계속 내리면서 좋아요를 누른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게시물의 약 4 %만이 언론사의 콘텐츠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호주 정부의 압력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뉴스 콘텐츠 유료화는 생각지 못한 부작용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비영리 단체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선전하기 위하여 자신들에게 우호적 기사를 링크하는 경우가 많은데 뉴스 콘텐츠 유료화로 인해 이런 활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비영리 단체뿐 만이 아니라 공공기관의 경우에도 해당될 수 있다. 뉴스 유료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곳은 페이스북이 아니라 오히려 페이스북을 홍보 플랫폼으로 사용하려는 사람이나 단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호주 정부 입장에서는 페이스북의 이런 차별성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호주 미디어 산업이고 미디어 산업의 붕괴에 대한 우려다. 미디어 생태계가 적절하게 돌아가지 않으면 사회의 건전성이 담보되지 못한다. 더 이상 글로벌 플랫폼의 ‘횡포’를 용납할 수가 없다. 호주 정부는 계속 적절한 압력을 할 것이고 페이스북은 어느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한다. 호주 한 나라만 생각한다면 페이스북의 결정을 쉬울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호주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플랫폼과 개별 국가들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우리는 지금 중요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꼭 거쳐야만 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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