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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r 31. 2021

빅데이터에서 마이데이터로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금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시대가 개막된다. 데이터 3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보호법) 중 신용정보보호법의 개정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그동안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개인정보의 유출 또는 유통이 엄격히 금지되었는데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개인정보를 이용한 상업 서비스가 합법화되었고 사업자 선정이 끝났다. 올 1월에 핀테크 기업 14 곳과 금융사 14 곳을 포함, 총 28 곳이 사업자로 선정됐고 데이터 취합과 관리 등을 위한 기술적 환경이 구축되면 마이데이터 산업 (공식 명칭은 신용정보관리업)은 이제 우리의 일상으로 들어오게 된다.


 신용정보보호법의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정보 관리의 주체가 되어 능동적으로 본인의 정보를 관리하고, 본인의 의지에 따라 신용 및 자산 관리 등에 정보를 활용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즉,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개인정보를 신용정보관리업자에게 전달해 자신에게 맞는 특정 금융서비스 등을 제안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개인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능동적으로 소비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개인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일부 부작용 또한 발생할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 데이터의 주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언뜻 보면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동안 개인 데이터는 빅데이터를 위한 소도구에 불과했다. 정부나 기업이 중요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흐름이나 소비자의 최근 트렌드를 알아야 했고 그 주요 수단이 빅데이터 분석이었다.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통해 얻은 교통정보, 통화량 분석을 통해 특정 시간, 특정 장소의 혼잡도 파악 등이 그 주요 사례였다. 이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얻은 결과가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데이터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정부나 기업에게 있었다.


 개인들은 모든 정보를 생산해 왔지만 실제 그 결과물은 개인의 것이 아니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정보뿐 만이 아니다. 근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계속 이어진 현상이다. 개인은 상품의 생산과 소비를 담당하고 있었지만 생산의 내용과 소비의 범위를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미미했다. 특히 소비자로서의 자기 결정권은 부수적인 경우가 많았다. 대량 생산된 상품들이 대중 매체에서 광고되고 있는 상태에서 소비자들은 할 수 있는 일은 일시적 불매 운동이 최고치였다. 이런 불매 운동은 글자 그대로 일시적이었고 일부 중소기업을 제외하면 그 효과도 미미했다.


 상품이 데이터로 바뀐 네트워크 시대에서도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졌다. 아니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디지털 데이터는 물질적 상품 또는 사람에 의한 서비스와 달리 결코 소멸되지 않는다. 일단 생성되면 네트워크를 통해 무한정 유통되며 유통 과정에서 많은 부가가치를 생성한다. 그 영역은 특정 분야가 아니라 사회 경제의 모든 영역을 포함한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데이터가 과거 원유처럼 성장과 변화의 주역이 됐다”라고 평가한 것과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그룹의 마윈 회장이 “최대 자원은 석유가 아니라 빅데이터”라고 말한 것은 데이터의 무한한 상품성 때문이다.


 그러나 데이터의 중요성이 강조되면 강조될수록 데이터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개인들은 데이터로부터 점점 더 소외되어 갔다. 상품 생산과 달리 데이터의 생성은 전적으로 개인들에게 의지하고 있음에도 데이터의 주도권은 개인에게서 멀어져 갔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하고 암호화하는 일련의 과정과 데이터에서 가치를 추출해 상업화하는 과정은 고도의 기술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일이라서 개인들은 자신의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소유권이나 이익의 공유를 전혀 주장할 수가 없었다. 기껏해야 개인정보보호법의 울타리 안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일부 정보만 보호받을 수 있었다.


 마이데이터의 등장은 오랜 기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회복하려는 작은 노력의 시작이다. 데이터의 주도권이 데이터 생성자에게 있다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하는 첫 과정이다. 그리고 주도권 확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데이터로 자신을 위한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서비스 이용에 일정한 비용이 지불되기는 하지만 신용정보관리업자들은 비용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다. 마이데이터가 본격화되면서 이제 데이터 시장의 주류는 빅데이터에서 마이데이터로 전환되고, 빅데이터가 보여주지 못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현될 가능성이 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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