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Apr 15. 2021

제2의 타다택시,부동산 중개시장에 상륙한다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프롭테크 기업들과 부동산 중개업계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의 앞 글자로 만든 신조어 프롭테크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관련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을 의미하며 프롭테크 기업은 이런 서비스를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를 말한다. 그동안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던 프롭테크 기업들이 이제 광고에서 멈추지 않고 직접 부동산 중개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연히 중개업자들이 반대하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먹거리가 거대 디지털 기업에 의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프롭테크 기업들은 광고 외에 특별한 수익 모델이 없었다. 광고만으로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면 상관없겠지만 광고만으로는 기업 운영이 힘들어서 그동안 축적된 데이터베이스나 노하우를 이용해 전공 분야에 본격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단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처음 시작할 때 대박 날 것 같던 비즈니스 모델이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변신을 해야 한다. 변신을 통해 생존 기간을 늘리고 그 기간 동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고정비가 들어가고 경쟁에 이기기 위해서는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프롭테크 기업들의 이런 변신은 처음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프롭테크 기업들은 부동산 데이터를 축적하기 위해서 기존 중개업계와 일정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개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중고제품 등을 올려 거래하는 중고나라와 당근과 같은 소비자 플랫폼과 달리 부동산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부동산은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재산이며 거의 전 재산이기도 해서 매매나 전월세 등 거래의 모든 것이 신중하다. 거래가 예상되면 동네 주변에 믿을만한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거래해 달라고 이야기한다. 중개업자의 실력에 따라 거래금액에 차이가 있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처음 부동산 플랫폼을 만들면서 프롭테크 기업들은 중개업자들의 우려를 덜기 위하여 노력했다. 우리들은 부동산 거래 중개를 직접 하지 않는다. 부동산 거래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전담하고 우리는 단지 거래 당사자 간에 필요한 매물 정보만 제공할 뿐이다. 수익모델은 광고일 뿐이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프롭테크 기업들의 이런 말을 믿고 자신들이 갖고 있는 데이터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이내 국내의 많은 부동산 데이터가 프롭테크 기업 서버에 올라와 있다. 이제 프롭테크의 시간이 됐고 프롭테크 기업들은 자신의 본래 의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프롭테크 기업 서버에 부동산 데이터가 많고 합법적으로 부동산 중개업에 진출할 수 있다면 이후 순서는 명확하다. 부동산 플랫폼 회사들이 직접 중개업에 진출할 수도 있고 중개법인 자회사를 만들어 운영할 수도 있다. 또는 기존 중개업자들과 공동 중개하는 방식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진출하든 간에 이제 프롭테크 기업들의 부동산 중개 시장 참여는 현실이 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좋은 일일 수 있다. 프롭테크 기업 간 또는 프롭테크 기업과 기존 중개업 사이에 경쟁이 생겨 부동산 중개료가 내려간다면 소비자한테 도움이 된다. 부동산 수수료 상한선은 있지만 하한선은 없어 상황에 따라서는 대폭 내려갈 수도 있다.


프롭테크 기업들의 부동산 중개업 진출은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미국 프롭테크 기업인 질로(Zillow)의 경우 미국 전체 주택의 97%인 1억 3천500만 호의 데이터를 갖고 있다. 데이터 DB에는 집 사진뿐만 아니라 주변 내·외부 사진, 학군까지 나와 있다. 질로는 모기지 대부업체를 인수해 주택 담보대출도 한다. 매물로 나온 부동산을 직접 구매해 나중 되파는 프롭테크 기업도 있다. 기존 수공업적 중개업과 비교했을 때 규모의 경제나 정보 네트워크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나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의하면 전 세계 프롭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는 지난 10년간 약 40배가 늘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거래가 우리 사회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은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 제한적 협력, 협력 등을 통해 꾸준히 성장해 왔다. 부동산 플랫폼 기업들과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갈등이 최근 논란이 되기 시작했지만 이미 우리는 유사한 경험을 겪었다. 쏘카(Socar) 자회사 VCNC가 승차공유서비스로 성장하다가 택시업계 반대로 사업을 접었고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사업 확대 과정에서 기존 개인택시 단체와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길게 봤을 때는 플랫폼 기업이 시장을 지배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기업들은 시장경제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 미래를 예측해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대안을 미리 준비해야 하는 국가 정책이 예전보다 더 중요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출처 : 데이터政經(http://www.data-on.kr)

매거진의 이전글 빅데이터에서 마이데이터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