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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01. 2021

원격수업과 학력 양극화의 딜레마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코로나로 원격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력 저하 또는 학력 양극화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연구를 통해 실제 사실로 나타났다. 그동안 일부 교사 및 학부모들의 우려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던 것이 조사 결과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교육정책연구소가 발행한  ‘코로나 19 전후 중학교 학교 성취 등급 분포를 통해 살펴본 학교 내 학력 격차 실태 분석’ 보고서에서 이런 사실들을 명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8년부터 코로나로 인해 본격 원격이 실시된 2020년까지 3년간 서울시 소재 중학교 382개교의 1학기 학업성취 비율을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 전후, 학교 내 학력격차 변화 양상을 밝히기 위해 세 가지 지표를 활용했다. 첫째 학업성취 등급 비율의 변화량이다. 이 변화량은 코로나 19 전과 후 구체적으로 어떤 등급이 학교 내에서 증가하고 감소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둘째 학교 내 학업성취 등급 분포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다. 지니계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학업성취의 불평등 정도가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셋째는 학교 내 학업성취 등급 분포의 양극화 정도를 보여주는 중위권 비율이다. 중위권 비율의 감소는 학력 양극화로 연결된다. 보고서에서 정리한 분석 결과는 전반적 학력 저하와 학력 양극화로 귀결된다. 


 코로나와 상관없이 학교 내 학력격차는 대체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지만 코로나 발생 후 원격 수업을 받은 학생들이 코로나 발생 이전 대면 수업을 받은 학생들보다 학업성취에 있어서 불평등 정도의 증가 폭이 더 크고, 중위권 비율 감소 정도도 더 크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보면 코로나 발생 전에는 그 전년도 대비 A (A.B.C.D.E 5등급으로 나누어 학업성취 등분 구분) 등급 비율은 증가하고 E등급은 감소하였으나, 코로나 19가 발생한 관심 시점인 2020년도에는 그 전인 2019년 대비 A등급뿐 아니라 E등급도 증가하며 학업성취 양극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서는 학력 저하 또는 학력 양극화가 발생한 원인에 대한 분석은 하고 있지 않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4월 21일 한겨레 기사에서 언급된 교육 전문가는 “중위권 학생들은 교사나 동료의 지원·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면 수업에서 학습에 더 집중한다” 면서  원격수업으로 지원과 도움이 어려워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분석은 전남도 교육청이 2020년 6월 8일부터 11일까지 교사 1천930명, 학부모 1천297명, 학생 1천310명을 대상으로 '학교의 코로나 19 대응 실태와 시사점'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원격수업의 단점에 대해 '학생의 수업 관심 및 몰입도 저하'(36.0%)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원격수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실제 결과가 동일하게 나왔다. 전문가의 분석 또한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질문을 하나 던져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원격 수업 자체에 문제가 있는가 또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가.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준비 부족을 들 수 있다. 제대로 된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데 코로나로 인해 갑자기 실시되는 바람에 제대로 준비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준비 사항에 포함되는 것은 원격수업에 맞는 교과과정 재구성 등 기초적인 것에서부터 솔루션, 네트워크, 하드웨어 등 기술적 환경도 포함된다. 이 모든 것들을 제대로 준비하기 이전에 원격수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닥쳤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원격수업과 대면교육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교육은 대면 교육을 당연한 전제로 형성된 사회적 구성물이다. 특히 초, 중, 고등학교 교육처럼 지식 습득과 사회성 형성을 주목적으로 하는 대중교육의 경우 대면 교육은 필수 요소다. 아직 사회성 형성이 미숙하고 사회에 나갈 지적 준비가 부족한 미성년들이 특정 공간에 모여 교사의 지도 아래 지식을 습득하고 동년배들과 어울려 사회성을 준비하는 일련의 과정이 교육이다. 지식 습득과 사회성 형성은 상호 작용하면서 한 개인의 지적, 사회적 지수를 고양시킨다. 호모 사피엔스 이후로 이런 교육 과정은 한 번도 예외가 없었다. 


 원격 수업 또는 온라인 강의는 기본적으로 기존 대면 교육과 관련이 없다. 원격 수업 또는 온라인 강의는 특정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정보 습득을 위하여 한시적으로 이용하는 도구일 뿐이다. 방송통신대학의 온라인 강의나 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등의 온라인 강의는 특정 공간에 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도구로서 좋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온라인 강의는 기존 교육과는 다르다. 온라인 강의를 위해서는 피학습자가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기초적인 지식도 이미 습득했고 사회성 형성도 끝나 스스로 책임지는 성년에게는 온라인 강의가 의미가 있지만 미성년에게는 적절한 솔루션이 못된다. 교육과 수업 · 강의는 본질적으로 다른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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