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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May 11. 2021

두 개의 인터넷 준실명제 방식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헌법재판소가 금년 1월 28일 공직선거법 82조 6항에 규정된 선거 기간 중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위헌을 결정한 이후 새로운 형태의 댓글 규제 방식들이 도입되고 있다. 선거 기간이 아닌 시기에 인터넷 실명제는 이미 2012년에 위헌으로 결정되었기 때문에 선거 기간 중 인터넷 실명제 역시 위헌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지만 최종 위헌 결정이 나기까지는 그로부터 10년 가까이 걸렸다. 선거 기간 중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서도 위헌 결정이 난만큼 이제 인터넷 댓글에 대해서만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인터넷 댓글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필요하지만 예상되는 개별 피해에 대해서는 세심한 고려가 당연히 필요하다.  인터넷 댓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어떻게 막을 수 있는가 또는 최소화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당연히 인터넷 실명제를 제외한 다른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두 개의 서로 다른 설루션이 제안되었다. 둘 다 일종의 인터넷 준실명제다. 하나는 국민의 힘 박대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다. 현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내에 법안소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댓글 작성자의 아이디를 공개하도록 규정하자는 것이다. 


 개정안 최초 안에는 댓글 작성자의 아이디와 IP를 공개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반영해 IP 부분은 삭제됐고 아이디만 남았다. 아이디의 경우 필요에 따라 변경할 수 있어 익명성은 최대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개정안이 법안소위원회를 통과된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위헌적 인터넷 준실명제 법안 의결한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개정안은 이미 사망한 내린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내용과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명과 아이디는 본질적으로 같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네이버에서 발표한 개선안이다. 네이버는 오는 13일부터 기사 댓글 목록에서 게시자의 프로필 사진이 제공된다고 자사 뉴스 페이지에 공지했다. 이전에는 댓글을 달 때 게시자의 아이디 앞 네 자리만 공개됐지만 댓글 게시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려워 추가로 댓글 정책을 강화한 것이다. 네이버는 그동안 악성 댓글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해왔다. 아이디 네 자리 공개 외에 댓글을 단 작성자의 아이디를 누르면 작성자 프로필 사진 닉네임, 가입 날짜, 댓글 이력, 받은 공감 수 등을 볼 수 있어 일종의 자정 효과를 기대했지만 생각보다 효과가 없어 사진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박대출 의원의 개정안과 네이버의 프로필 사진 공개 모두 일종의 인터넷 준실명제라고 할 수 있다. 두 설루션 모두 호적에 등록된 실명을 공개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아니지만 댓글 단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정도의 장치는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명과 달리 아이디와 프로필 사진은 변경할 수 있어 필요하면 자신의 정체성을 위장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간단한 일이 아니라서 글 쓴 사람이 누구인지 추적당할 수 있다. 특히 아이디의 경우 박대출 의원 개정안에서 “정보통신망의 정당한 이용자임을 알아보기 위한 이용자 식별부호”로 정의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명과 동일한 의미로 해석된다. 

 

 소위 준실명제라 할 수 있는 두 방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박 의원 개정안의 경우 법적 강제를 통해 “악성 댓글을 근본적으로 해결” 하려고 한다.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아이디 공개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위반하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모든 서비스 제공자에 해당되는 의무 사항이다. 반면 네이버의 프로필 사진 공개는 네이버 뉴스 콘텐츠에만 선택적으로 해당된다. 프로필 사진을 공개하기 싫은 사람은 댓글을 달지 않으면 된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포털이기는 하지만 유일한 포털도 아니고 SNS나 유튜브 등 콘텐츠 플랫폼은 도처에 있다. 네이버의 댓글 정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악성 댓글에 의한 피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표현의 자유를 지키면서 개인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네이버와 다음이 연예와 스포츠 관련 기사에 댓글 달기를 금지한 것이 그 한 사례다. 댓글 금지 정책 이후로 댓글로 인한 피해 사례는 보도되고 있지 않다. 법적 강제를 통하지 않고 얻은 결과다. 네이버의 프로필 사진 공개는 좀 더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익명에 의한 악성 댓글의 숫자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의원은 좋은 뜻에서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법적 강제보다는 사회적 합의가 더 중요하다. 진보는 조금씩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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