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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Jun 04. 2021

디지털 문해력의 시작, 사실과 의견의 구별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Source :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5월 3일 발표한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21st-Century Readers DEVELOPING LITERACY SKILLS IN A DIGITAL WORLD> 보고서에서 한국 학생들의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는 능력이 OECD 회원국 중에서 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이 보고서는 OECD 회원국 만 15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2018년도에 실시한 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OECD는 매 3년 단위로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 현황과 그 함의를 분석한 공식 문서를 발간해 왔다. 이 조사에서 회원국 청소년들의 평균 식별률은 47%인데, 한국 학생들은 25.6%에 그쳤다.


 조사 방법은 재러드 다이어몬드 교수의 저서 ‘문명의 붕괴(Collapse)’에 대한 블로그 서평을 청소년들에게 보여준 다음 서평에 기초해 작성된 다섯 개의 진술에 대해 각각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블로그 서평을 쓴 사람은 재러드 저서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서평에 기초해 OECD 전문가들은 다섯 개의 문장을 만들어 냈고 청소년들은 각각의 진술에 대해 사실 (Fact) 인지 의견 (Opinion) 인지 표시를 했다. 다음은 서평에 기초해 만든 다섯 개의 진술 중 하나다. “ 이 책은 잘 쓰인 책이며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읽힐만한 가치가 있다 “ 


 위 진술을 포함한 5개의 문장은 인문학 텍스트를 읽고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는 독해력 차원의 질문들이다. 디지털 리터러시 즉 디지털 문해력과 관계없는 일반적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문해력 정도를 측정하기 위한 질문들로서는 적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디지털 리터러시는 “디지털 플랫폼의 다양한 미디어를 접하면서 명확한 정보를 찾고, 평가하고, 조합하는 개인의 능력 -위키피디어” 으로 정의되거나 ““디지털 미디어 활용 능력. 컴퓨터를 조작하여 원하는 작업을 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능력 -TTA정보통신용어사전 “ 으로 정의되어 왔다. 

 

위 정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디지털 문해력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서 본인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지금도 어느 정도 이런 정의는 유용한 측면이 있다. 아직도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와 지역이 있고 이런 상황이 디지털 격차의 한 요인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중요할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재래적 의미의 디지털 문해력의 정의는 이제 점점 더 소용이 없게 되고 있다. 위 보고서에 따르면 15세 청소년의 인터넷 사용시간은 2012년, 2015년, 2018년 각각 주당 21시간, 29시간 35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6년 만의 인터넷 사용시간이 66% 늘어났으며 주당 35시간은 일반적인 성인 근무 시간과 비숫하다. 덴마크와 스웨덴의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주당 45 시간까지 보낸다.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한가를 묻는 질문 자체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에 필요한 정보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 모두 대부분을 인터넷을 통해 얻는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정보를 읽고 분별하는 능력이다. 이 정보가 정확한지 또는 가짜 뉴스인지 구별해야 한다. 또 사실인지 의견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정보가 많을수록 개별 정보에 대한 심층적 이해가 중요하다. 

 

책이나 신문, 방송 등 전통 미디어에서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 기본적으로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성을 갖게 된다. 출판사나 언론사는 정보를 취합, 정리, 발표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진위여부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한다. 잘못된 정보나 부정확한 정보의 생산은 기관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검증은 기관 운영에 필수적 요소다. 출간이나 방송 후에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이 날 경우 공식적으로 오보를 인정한다. 이런 과정이 일상화된 아날로그 시대에는 주어진 정보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만 에너지를 쏟으면 된다. 이런 과정이 디지털 시대에는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뭔가를 알기 위하여 구글에 물어보면 구글은 수백 만개의 답을 보여 준다. 사실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고 알고리즘에 의해 배치된 순서대로 답을 보여준다. 잘못된 정보에 빠져들어 잘못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다. 선택과 판단은 자신의 몫이다. 자기 스스로 사실과 의견을, 팩트와 페이크를 구별해야 한다. 예전보다 독해력이 더 중요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독서를 통해 문해력을 고양시키지 않으면 21세기 독자가 될 수 없다. 디지털 문해력이 아니라 문해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OECD가 보고서의 제목을 <21세기 독자: 디지털 세상에서의 문해력 개발> 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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