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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ug 12. 2021

메타버스, 현실인가 게임인가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출처 : 로블록스 홈페이지


 메타버스가 SNS와 유튜브의 뒤를 이어 디지털 마켓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면서 관련 업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최대 메타버스 서비스 '로블록스 

Roblox'가 지난 6월 서울 강남에 한국 지사를 내고 국내 사업을 시작하면서 국내 IT 및 게임 업계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경기도 판교에 ‘메타버스 허브’를 구축, 운영하면서 메타버스 관련 창업을 지원하고 있고 전문인력 양성 과정도 추진 중에 있다. 메타버스 역시 기본적으로 글로벌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한 비즈니스라서 초기에 시장을 선점한 특정 플랫폼이 이후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개념을 게임에 도입해 실제 운영하고 있는 서비스 플랫폼이다. 이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사용자들은 단순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와 사용자 두 가지 형태로 참여한다. 사용자들은 로블록스가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 "로블록스 스튜디오"(Roblox Studio)를 사용해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 자신이 만든 게임을 다른 사용자가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다. 자신이 만든 로블록스 게임에 다른 사용자가 들어와 즐기게 되면 게임을 만든 사용자는 적절한 보상을 받는다. 조회수가 많은 유튜브 영상에 유료 광고가 붙는 것처럼 특정 사용자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된다. 


 국내 게임업계가 로블록스 한국 진출에 긴장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블록스가 만든 플랫폼 안에 수많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게임을 만들고 돈을 벌고 있다.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이 사용자들은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기 스타일의 게임을 만들어 다른 사용자들과 소통하면서 계속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보도에 의하면 1년에 20억 이상 수익을 올린 크리에이터도 있다. 로블록스가 단순히 플랫폼 사업자로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로블록스 플랫폼을 이용해 계속 게임이 만들어지고 그 게임들로 인해 수익이 발생한다면 기존 게임업체들에게는 정말 나쁜 뉴스라고 할 수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이 긴장하는 이유는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이 아니라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경쟁 방식 때문이다. 경쟁의 룰을 이해하고 있으면 힘들어도 싸워보겠지만 룰 자체가 생소하면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보낸 질문과 입법조사처의 회신을 보면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김의원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로블록스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한 게임물로 규정할 수 있는지 질문했고 국회 입법조사처는 로블록스는 게임을 제공하는 하나의 플랫폼일 뿐, 게임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서 법적 게임물로 볼 수 없다고 회신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게임물”은 컴퓨터 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을 의미한다. 즉 이미 누군가에 의해서 완성된 결과물을 가리킨다. 게임업체는 완성된 게임물을 이용해 수익을 얻는 과정에서 국가에서 규정한 법령 등을 준수하고 관련 법에 의하여 세금 등을 내게 된다. 기존 국내 게임업체들은 국가에서 정한 기본 규칙을 준수하면서 국내외 게임업체들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을 벌여 왔다. 이런 기본적 규칙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적용되어 왔다. 


 그러나 로블록스는 사전에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는 점 외에도 기존 일반적인 게임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기존 게임과 달리 본인이 메타버스에서 벗어나 현실세계로 돌아와도 메타버스의 세계는 계속 유지되고 있고, 따라서 게임 참여자들의 합의가 없는 한 처음 상태로 리셋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게임과는 다른 속성을 갖고 있다. 로블록스의 이런 특성이 기존 게임업체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로블록스 안에 들어가 로블록스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게임을 즐기는 사용자들이 존재하고 그 사용자들이 내는 돈을 받아 수익을 얻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는데도 현행 관련 법에 의한 규제에서는 벗어나 있다. 


 메타버스의 이런 특성은 유튜브와 유사한 면이 있다. 유튜브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는 유튜버들이 많아지고 일부 유튜버들의 경우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유튜브와 방송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특정 유튜버의 경우 그 영향력이 방송을 능가하는 경우도 있지만 방송과 달리 방송법에 의한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일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침입 속도는 계속 빨라지고 있다. 적어도 현재는 메타버스 시장이 블루오션으로 보인다. 메타버스가 현실인지 또는 게임인지 아니면 다른 그 무엇인지 우리에게는 풀어야 할 숙제가 생겼다. 숙제를 통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 시점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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