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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Aug 30. 2021

스캔들 없는 가상인간 로지, 롱런할 수 있을까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출처 : 신한라이프 유튜브 광고 영상 캡처


 가상인간 로지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올해만 벌써 10억 원의 광고 수입을 올렸고 계속해서 광고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로지가 출연한 신한라이프 광고는 지난달 공개되자마자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7월 1일 공식 영상 오픈 이후 어제(8월 23일) 현재 7백96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조회수만큼 관심을 끄는 것은 영상 밑에 달린 댓글들이다. 댓글들 대부분이 로지가 실제 인간인 줄 알았다는 내용들이다. 로지 이전의 가상인간들과는 달리 로지는 실제 인간과 거의 유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전 정보가 없으면 공식 영상 속 로지의 모습과 실제 인간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로지가 가상의 존재인지 실존 인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로지가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이유다. 홍보 영상 속에 등장한 뉴 페이스가 매력 있는 얼굴에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해 이름이 뭔지 소속사가 어디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가상 인물이라고 나온다. 컴퓨터 그래픽, 증강현실, 네트워크, 렌더링 기술의 발달로 동작 하나하나가 실제 인물과 똑 같이 구현된다. 그 놀라움이 조회수를 늘리고 있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로지는 실제 인간처럼 자신의 SNS를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 일상적 모습이 담긴 사진을 올린다. 생일 파티 사진도 올리고 식당에서 식사하는 사진도 올린다. 스타가 하듯 댓글에 일일이 답을 달아주고 있다.



 로지가 광고주에게 인기 있는 이유는 대중의 호감을 많이 얻는 인플루언서라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겠지만 그다음 이유 역시 중요하다. 로지는 실제 사람과 달리 나쁜 스캔들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을 광고 모델로 선택했을 경우 광고주는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광고 모델로 선택된 사람이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광고주는 막대한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가상 인간은 이런 면에서 무척 안전한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 광고주의 의도대로 연기와 노래가 가능하고 늘 유쾌한 모습으로 대중과 고객의 질문에 24시간 대답을 한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가상인간이라서 언제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로지가 롱런할 수 있을까? 적어도 광고시장에서는 오래갈 수 있을까? 단순해 보이는 이 질문은 최종적으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질문으로 전환된다. 로지가 지금 인기를 얻는 이유는 일종의 트렌드라고 볼 수 있다. 로지 이전에는 로지가 없었기 때문에 로지는 분명 새로운 느낌을 준다. 실제와 가상이 구별 안 되는 새로운 존재, 가상공간에 존재하지만 실시간 댓글이 가능한 존재는 처음이다. 작년 연말 데뷔했다가 채 한 달도 못 되어 사라진 인공지능 이루다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로지는 대형 연예 기획사가 오랜 기간 정성 들여 만든 신예 스타와 같은 느낌과 아우라를 주고 있다.



 결국 로지는 연예 기획사의 가상인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획사는 스타를 만들기 위해서 투자하고 기획한다. 잠재력 있는 신인을 발굴해서 스타로 만들어야 한다. 그 신인이 실제 사람인지 또는 가상인간인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어떤 타입의 스타를 원하느냐에 대한 사업적 분석이다. 다음에 데뷔할 신인을 실제 사람으로 하는 게 좋을지 또는 가상인간으로 하는 게 좋을지 판단해서 선발하고 교육한 후 데뷔시킨다. 여기까지 과정은 가상인간과 실제 인간의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문제는 데뷔 이후부터다. 데뷔 이후 가상인간과 달리 실제 인간의 미래는 예측하기 힘들다.


 인간의 경우 예측의 불가성 또는 끊임없는 이슈 메이킹이 일어난다. 이런 일련의 카오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 사람들이 스타에게 원하는 것은 모범적인 일상생활이 아니다. 사회적 논란을 원하는 것도 물론 아니지만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난 스토리를 원한다. 스토리들이 모여서 스토리텔링이 되고 특정 스타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한다. 이런 아이덴티티는 유동적이다. 어떤 극적인 과정을 거쳐 변하기도 한다. 스타가 가수인 경우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녀)가 살아온 과정을 생각하면서 정서적으로 몰입되기도 한다. 대중 스타의 롱런은 이렇게 스타와 팬이 같은 스토리를 공유할 때 가능해진다.



 가상인간 로지의 경우 지금까지는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획사 대표의 말을 잘 듣는 모범적 연예인이다. 모범적이다 보니 자기 생각이 없어 보인다. 스캔들이 생길 가능성이 없어서 기획사나 광고주들에게는 인기가 있겠지만 역설적으로 인기가 오래갈 것 같지는 않다. 인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자기 생각이 가능해야 한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지의 지능이 지금보다 더 좋아야 한다. 결국 로지의 인기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계속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지능이 탑재된 존재다.


출처 : 데이터政經(http://www.data-o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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