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홍열 Nov 13. 2021

광기의 시대에 조용한 목소리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  유창선 저. 인물과 사상사


 올봄 후배의 요청을 받고 공저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 이준석 현상에 관한 책이다. 원내 경험이 없는 30대 젊은이가 제1 야당의 당대표가 된 것은 중요한 정치사회적 테마다. 내가 맡은 파트는 '이준석 현상에 관한 정보사회학적 분석'이다. 책이 나왔고 내 페북에 출간 소식을 올렸다. 그 후 몇 명의 페친이 나를 차단했다. 국민의 힘 이준석에 대한 글을 썼다는 것이 그 이유였을 것이다.  그들에게 글의 내용은 상관없었다. 굳이 읽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많이 씁쓸했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구나.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이 책 내용 대부분은 지극히 평범하다. 요약하면 대강 이렇다. 


서로 생각이 다르니 상대방 입장도 고려해보자. 우리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민주주의의 질서를 훼손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경청하자.    


이 단순한 이야기 조차 너무 힘든 시대에 살고 있다. 저자 서문에 이런 말이 있다. 


조국에 대한, 윤미향에 대한, 추미애와 윤석열에 대한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족들끼리 언쟁하고 지인들과 불편해지며 SNS 친구들과 절연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P 7 


물론 갈등은 늘 있었다. 그러나 조국 이전의 갈등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 갈등이어서 어느 정도 익숙한 갈등이었고 '수용'가능한 갈등이었다. 지금의 갈등은 그 내용이 전혀 다르다. 같은 진보진영 안에서도 조국에 대한 견해가 다르면 불구대천의 원수가 된다. 조국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반대편에 서있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조국에 반대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억울한 탄압을 받고 있는 희생양이라는 주장과 법원의 판결을 수용하라는 주장 사이에서 어떤 타협도 불가능하다. 


이런 시대에 살고 있는 저자가 이런 시대를 안타깝게 그리고 걱정하면서 최대한 이성적으로 서술했다, 고 생각한다. 물론 현정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이 많다. 권력을 갖고 있는 곳에 더 많은 비판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썼다. 이런 것조차 현정권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할 수 있다.


사실을 몰랐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정리하겠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바꿀 사람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의 평소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자신의 생각이 옳았음을 확인하고,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은 아예 처음부터 읽을 생각이 없을 것이다. 


이 광기의 바람이 언제쯤 끝날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이 책은 우리에게 광기의 시대 한 지식인의 성찰적 고백록으로 기억될 것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 거대 담론 속 소박한 결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