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핑해 놓은 술 주세요
차마 다 마실 수 없어
남겨 놓은 그 술
그리고 그 술을 함께 마시던
여인도 돌려주세요
그 여인의 웃음소리와
코냑보다 더 진한
그 밤의 사랑도 돌려주세요
바람이 불어 목소리 들리면
이 곳에서 만나기로 했어요
비가 오고 눈물이 나면
함께 이 잔을 들기로 했어요
우선 남겨 놓은 술을 주세요
바람이 불어 비가 오고
목소리가 들려 눈물이 날 때까지
계속 따라 주세요.
술병을 다 비우기 전에
내 마음속에 키핑된
그 여인을 돌려주세요
그 여인과 함께한 시간을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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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모티브는 개그콘서트 "취해서 온 그대'에서 얻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패러디한 코너다. 내가 좋아하는 개그맨 김대성이 오른손을 앞으로 쭉 뻗으면서 " 주세요, 지난번에 남겨둔 오렌지 빛의 그 황홀한 술을 주세요 " 하면 바텐데가 먹다 남긴 김 빠진 맥주를 건네준다. 이 코너를 좋아해서 여러 번 반복해 보다 보니 "키핑"이라는 단어가 늘 머리에 맴돈다. 남겨진 술, 그때 그 술 누구와 같이 마셨지. 조금씩 상상해 본다. 함께 마셨던 그 여인은 어디 갔을까. 남겨진 술을 다시 마실 수 있을까. 그날 그 밤 재즈가 흘러나오던 카페의 그 분위기로 다시 돌릴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