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 개념 지도 최형묵 지음
80년대 '민중신학'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신학이 아니라 민중이었다. 민중이 전태일이 되고 전태일이 예수가 되고 민중이 예수가 되어 혁명의 깃발을 높게 올리자고 선전하던 시절이었다. 민중신학뿐만이 아니었다. 민중불교, 민중교육, 민중예술 등 민중을 접두사로 하면 모든 것이 환영받던 시절이기도 했다. 이제 그 당시 민중은 국민, 시민, 다중, 대중 등으로 분해되거나 재구성되면서 민중이란 용어는 아주 가끔 특정 맥락에서만 언급되는 정도에 머물게 되었다. 민중 시절의 문제의식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이제 민중을 통한 솔루션보다는 다른 차원의 솔루션이 더 현실적인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대에 민중신학은 어떠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저자는 맺음말에서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민중신학의 소임은 다했다고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세상이 그다지 변하지 않고 사람들의 고통이 여전한 상황 가운데서, 혹시라도 안락함의 유혹에 빠지려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면 민중신학은 그 유혹에 빠진 삶을 방해하는 등에와 같은 역할로 끊임없이 일깨울 것이다. P 208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저자는 이 책을 펴냈고 민중신학의 문제의식이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함부로' 말하지는 않겠지만, 이제는 그 '효용성'에 대하여 '진심으로'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의 고통은 시대와 상관없이 늘 있어왔고 안락함에 빠지고 싶은 유혹은 창세기부터 인간 내면에 깊게 각인되어 온 본성 중 하나다. 이건 '민중'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고 '신학'의 차원이다.
그러나 이건 내 생각이고, 민중신학자인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민중신학의 시효가 다했다는 평가가 끊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심거리가 되고 있는 현상을 직접 확인하며 고무되었다. P 6 머리말
'관심거리'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민중신학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존재하는 관심은 충분히 고무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가 민중신학이 생경한 사람들을 위해 처음부터 찬찬히 민중신학의 모든 것에 대하여 조곤조곤 설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기에 이 책의 의미가 있다. 지난 이야기를 잘 정리하는 것, 이것도 무척 중요한 일이다. 시대적 배경, 그 시대에 가장 필요했던 신앙과 신학, 이런 이야기를 모르면 다음 챕터를 쓸 수 없다. 여성신학, 환경신학, 생명신학 등도 결국은 당대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신학적 노력이다. 이런 신학들이 태어난 시대적 배경과 당대의 지성은 충분히 기록되어야 하고 기록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의미가 여기에 있다.
읽다가 언더라인 한 문장 몇 개와 코멘트 적어둔다.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람들 가운데 합의된 개념으로서 '민중신학'이라는 말이 사용된 것은 1979년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신학협의회에서였고 p 21
문제의식은 그 이전부터 있었다.
서남동에 의하면 민중신학의 태동은 '전태일 사건'과 '김지하의 시'라는 두 가지 계기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p 22 각주
참혹한 노동 환경과 폐쇄한 사회를 반증하는 실제적 사건과 암울한 상징
한국사회에서 민중이 역사의 주체로 부각된 것은 근대 자본주의 형성의 복합적 성격과 동시에 한국 근대화의 역사적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p 31
그 특수성이 어떻게 보편적 문제의식을 담보할 수 있을까
서남동은 사실상 마르크스주의의 인식을 의미하는 '사회사적 해석' 내지는 '물질주의적 해석'을 기존 신학의 전제들을 비판하고 분석하는 도구로 사용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신학을 구성하는 하나의 인식론으로 삼는다. - 중략 - 그래서 서남동은 '계시' 자체가 물질적 하부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며 '계시의 하부구조'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p 70
당시 민중신학이 열렬히 인기 얻었던 이유 중 하나
구체적으로 말하면 예수가 민중을 대표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다 하더라도 민중이 예수와 동일한 역할, 곧 메시아적 역할을 맡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 문제였다. 안병무는 사건 안에서 그것은 가능하다고 단언하였다. p 123
그 사건 안에서는 가능하다. 문제는 그 사건(들)의 연속성이다,
독일 신학자들은 역사적 차원에서 '해방'과 신학적 차원에서 '구원'의 의미를 분명히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다 - 중략 - 이에 반해 민중신학자들은 '역사가 없으면 계시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구원사건에서 주체와 대상, 능동성과 수동성의 분리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p 140
다시 중요한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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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민중신학 서설
1강 _ 민중사건과 증언
1. 민중신학에 대하여
2. 왜 ‘민중’인가?
3. 민중사건의 증언으로서 민중신학
민중신학의 방법
2강 _ 두 이야기의 합류
1. 신학이란 무엇인가?
2. 민중신학의 고유한 방법을 함축하는 “두 이야기의 합류”
3. 합류 모형이 갖는 신학적 독창성
4. 신학의 장(場)과 실천에 대한 새로운 이해
3강 _ 계시의 하부구조
1. 다시 음미하는 ‘합류’의 해석학
2. 계시의 하부구조와 반신학(反神學)
3. 물과 계급에 대한 인식의 혁명
4. 정치경제학적 현실 분석과 신학적 성찰의 결합
5. 천상의 언어에서 지상의 언어로
민중신학의 내용
4강 _ 하늘도 땅도 공(公)이다
1. “하늘도 땅도 공이다”
2. ‘공’ 개념의 역사적 맥락
3. ‘공’ 개념의 민중신학적 심화
4. 하느님의 주권의 표상으로서 ‘공’과 인권
5. 오늘 한국 사회에서 ‘공’의 의미
[보론] 공의 신학과 공공성의 신학
5강 _ 민중 메시아론
1. 민중은 메시아인가?
2. 민중 메시아론의 형성과 그 요체
3. 민중 메시아론, 그 쟁점들
4. 주객 이분법의 극복, 구속사와 일반사의 통합
6강 _ 부활의 신앙, 살림의 신앙
1. 어떤 부활이냐?
2. 죽임을 넘어 살림으로
3. 오늘의 시대정신과 부활 신앙의 회복
7강 _ 민중사건과 교회 공동체
1. 민중신학의 교회론은 불가한가?
2.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현실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민중신학
3. 종말 의식을 회복한 민중의 공동체로서 교회
4. 민중신학에 기초한 교회
민중신학의 전망
8강 _ 민중신학의 계보학
1. 민중신학 세대론
2. 민중신학의 여러 경향
3. 오늘의 역사적 지평에서 민중신학의 의의와 전망
맺음말에 갈음하여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