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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홍열 Nov 22. 2023

늘 궁금했던 언어의 기원에 대한 그럴듯한 가설

진화하는 언어  언어는 어떻게 창조되고 진화했는가 

성서 창세기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며 공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가라사대 빛이 있으라 하시매 빛이 있었고" 


우주가 혼돈하고 공허한 그때 이미 말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 말이 있어야만 했다. 창조를 위해서는 무언가를 했어야만 했는데 태허 그윽한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말부터, 언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이, 언어가 창조 이전에 먼저 있었다는 이야기다. 창조주의 창조력은 언어를 통해 구체화되고 현재화된다. 창조 이전에 언어가 먼저 존재했다는 언어에 관한 이 아포리즘은 자연스럽게 노엄 촘스키의 변형생성문법이론으로 연결된다. 아래는 필자가 '로버트 C. 버윅, 노엄 촘스키'가 공저한 '왜 우리만이 언어를 사용하는가'를 읽고 쓴 독후감 중 일부이다. 

   로버트 C. 버윅, 노엄 촘스키 

     대략 20 ~ 6만 년 전 어느 시기에 ‘호모 사피언스’에게 인간 언어와 언어의 기본 특성이 출현했다. 그 시기는 아프리카에서 타 지역으로 인간의 이동이 시작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는 언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왜 갑자기 언어가 발생했는지는 계속 연구 중이지만 적어도 이때 어떤 계기가 생겼고 언어의 기본 프레임은 이때 ‘완성’되었다.


  6만 년 전이면 구석기시대다. 초기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시대는 최고로 잡아도 만 오천 년 전이다. 이미 그 한참 이전에 즉, 농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언어 능력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태초에 이미 언어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농경을 위해서는 시공간에 대한 이해와 합리적 의사소통이 필요하고 언어는 그런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사회적 진화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촘스키 생각은 많이 달랐다. 만약 인간의 언어 능력이 오랜 시간 서서히 일어나는 진화의 결과물이라면 다른 생명체에도 그 기능의 일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생명체에게는 없다. 언어는 문화, 문명 이전에 갑자기 나타났고 거의 완벽한 형태로 호모사피엔스에게 계속 유전되어 왔다,라고 촘스키는 주장한다. 이게  촘스키 생성문법 이론의 주요 내용이다. 


저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많이 다르다. 


우리는 언어가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진 추상적인 수학적 원리들에 의해 작동된다고 보았던 당시 학계의 지배적인 관점에 회의적이었다. 13 


그 관점의 대표주자가 촘스키다. 촘스키 이론에 회의적이었다는 이야기다.  태초에 언어가 있었던 것이 아니고 어떤 필요에 의한 의사소통 솔루션 중 하나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의사소통이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원들과 하우시족은 그 순간에 기호와 상징을 만들어냈다. - 중략 -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그들은 미래의 소통을 위한 수단을 무심코 창조해 낸다. 26 


다른 종족의 두 집단이 우연히 만났는데 소통 필요성이 생겼다. 손짓 발짓, 소리 내기 등 뭐라도 했고 그 과정에서 언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언어는  파트너와 함께 즉흥적인 춤을 추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88


'언어'를 떠나 소통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자. 언어는 여러 소통방식 중 하나. 또는 보완적 소통방식이기도 하다. 


언어는 단어들이 어쩌다 우연히 한데 모여 이룬 집합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말하고 싶은 바를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분적이긴 하지만 응집적인 하나의 체계다. 109 


언어는 의사소통 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근원적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그때그때의 즉흥적인 의사소통이 무한히 반복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111


촘스키의 주장을 반대하고 있다.


언어의 필연적 쇠퇴라는 이 암울한 전망은 아주 오래 전의 언어는 완벽했다는 생각을 전제로 한다. 145


마찬가지로 반촘스키적 발언


아무도 언어를 설계하지 않았다. 언어의 복잡성과 질서는 무수한 언어적 제스처 게임이 빚어내는 혼돈 가운데서 출현했다. 147


창조가 아니라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초기 언어학자들의 추측이 결국에는 이론적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언어의 모든 측면이 하나의 단일한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애초에 불가능한 주장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160


촘스키는 아이들이 선천적으로 '보편 문법'을 지니고 태어남이 틀림없다는 논리적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는 언어를 관장하는 추상적인 수학적 원리로 구성된 청사진을 제시한다 167 


초기 어원학자들의 추측이 결국에는 이론적으로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평가를 받게 된 것은 언어의 모든 측면이 하나의 단일한 원인에서 비롯되었다는 애초에 불가능한 주장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160 


한 때 촘스키의 저서를 여러 권 읽었다. 주로 사회비판서였다. 좋은 학자라고 생각했고 그의 언어학에도 관심이 생겼다. 언어학 전공자가 아니라서 모르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의 변형생성문법이론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쭉 생각해 오다가 이 책을 읽었고, 이 책이 촘스키보다 더 설득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촘스키가 창조론자라면 이 책 저자들은 진화론자들이다. 리처드 도킨슨이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논리적 구성, 풍부한 사례, 유머 풍부한 문장, 저자들의 열정을 모아 만든 근사한 저녁 만찬이다.      


+++


목차


들어가는 글 | 세상을 바꾼 우연한 발명

CHAPTER 1

언어는 제스처 게임이다

제스처 게임을 재발견하다 |언어 제스처 게임 |병 속에 든 메시지 | 협력적 언어게임

CHAPTER 2

언어의 찰나적 속성

불편한 진실 | 언어와 병목현상 | 언어의 적시 생산 시스템 | 대화라는 춤

CHAPTER 3

참을 수 없는 의미의 가벼움

의미의 피상성 | 자의성의 경계 | 완전한 논리 언어

CHAPTER 4

혼돈의 경계에 선 언어 질서

자생적 질서 | 첫 번째 언어를 찾아서 | 언어와 생물학 |언어의 구성 요소 | 언어라는 조각보 | 질서와 무질서의 힘 | 언어 쇠퇴라는 유령에서 벗어나기

CHAPTER 5

언어는 생물학적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언어 유기체 | 언어 본능과 프로메테우스 유전자 | 언어 유전자 | 오래된 부품들로 만든 새로운 기계

CHAPTER 6

언어와 인류의 발자취

언어 학습과 언어 진화의 조우 | 실험실 전화 게임 | 단어로는 충분하지 않다 | 언어 학습의 사회적 토대

CHAPTER 7

무한하기에, 가장 아름다운 형태들

무궁무진한 의사소통 방식들 | 7천 개의 언어 실험 | 덴마크어에는 정말 어딘가 잘못된 데가 있는 것일까? | 수십억 개의 상이한 언어들

CHAPTER 8

뇌, 문화, 언어의 사이클

유인원은 제스처 게임을 하지 않는다 | 기폭제로서의 언어 | 언어는 어떻게 사고를 형성하는가 | 진화의 여덟 번째 이행 단계

나가는 글 | 언어가 기술적 특이점에서 우리를 구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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