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관한 에세이 2
대부분 늘 쫓기는 삶이다. 빈자의 삶에서 빈번하게 목격되지만 부자의 삶 역시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늘 내일이 불안하다. 극단적 표현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이다. 내일이 없다. 평온한 내일을 위해서는 안정된 그 무엇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자본주의는 그 모든 것을 파괴했다.
농경의 시간은 순환한다. 계절이 늘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사계절 단위로 살아간다. 시간은 일 년 단위로 흐르고 그 시간은 순환한다. 시간에 순응하면 삶은 평온해진다. 노동과 휴식이 계절별로 나타난다. 이 시간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앞서 나가는 시간은 없다.
경작물 대신 상품이 등장하면서 생산과 소비의 메커니즘이 직선적 시간을 만들어 냈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당연 순환하지도 않는다. 내일을 모른다. 분명한 것 하나는 계속 생산하고 판매하고 소비해야 된다는 사실뿐. 시간은 경쟁하기 시작한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늦게 달린다. 늦으면 죽는다. 시, 분, 초 단위로 평가한다.
봄이 오면 다시 희망이 생긴다. 생명이다. 감상적 수사가 아니다. 생태계의 본질이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다시 기회가 생긴다. 순환한다는 것은 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려준다는 것이다. 순환을 벗어나기 위해 고뇌하는 법승들의 출발점이 바로 이 자리다. 순환이 없으면 벗어남도 없다. 따라서 벗어남은 처음부터 스스로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이 순환을 멈추면서, 직선으로 뻗기 시작하면서 그 끝 모를 도착지를 향해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자본도, 노동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목적지에는 성배가 딱 하나 있다는 신화가 자본주의 교과서 머리말에 기록되어 있다. 제국주의, 군국주의, 파시즘과 같은 거대 담론과 점유율, 성장률, 이익률 같은 자극적 표현이 그다음 장들을 구성하고 있다.
계절은 땅을 매개로 순환한다. 땅과 우주가 만나면서 코스모스를 피어내고 물을 흐르게 한다. 내 아버지의 아버지가 살고 죽은 땅에서 내 아들의 아들이 태어나고 다시 태어난다. 남는 것은 일상의 삶이고 노동과 축제가 하나가 되는 삶이다.
보이지 않는 화폐가 신이 되어 시간을 아껴 쓰라고, 시간이 돈이라고한다.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핵심 투자 요소다. 낭비하면 안 된다. 그래야 나중, 먼 훗날 좋은 차에 넓은 아파트에 살 수 있다고 한다.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한다. 지나가면 끝이다. 미래는 모른다. 죽음이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자본은 기독교의 종말론을 포섭하여 충실한 동반자로 삼고 있다. 살아 있을 때,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돈 벌어라.
순환론적인 시간으로의 회복. 자본주의 시간에서 벗어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