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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어떻게 재생될 수 있을까

여공문학, 섹슈얼리티, 폭력 그리고 재현의 문제

by 김홍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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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학기 강의계획서 작성할 때 참고하려고 읽었다. 호주 학자가 자신의 박사논문을 일부 수정 보완해서 낸 단행본이다. 시대적 배경은 1920~30년대 그리고 70~80년대 조선과 한국이고 저서 속 주체는 생산직 여공들이다. 외부 지식인 또는 실제 노동자의 삶을 살았던 작가들이 당시 여공들의 삶을 어떻게 묘사했고, 왜 그렇게 묘사했는지 섹슈얼리티와 폭력의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서다.


저자는 이방인의 시각으로 해방 전에는 당연히 일본 제국주의 시스템하에서 삼중 착취 (제국주의와 노동과 성)를 당했고 해방 후에도 역시 삼중 착취(자본과 권력 그리고 성)를 당한/당할 수밖에 없었던 여공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드러내면서 저항 또는 살았는지 분석하고 있다.


해방 전에는 신문 잡지에 게재된 독자 투고, 기사, 의견, 익명의 시, 파업 공고문과 일부 카프 작가들 그리고 특히 강경애 소설에 의지해서 분석하고 있고 70~80년대는 장남수, 석정남, 송효순과 신경숙의 소설과 수기 등에 기초해 서술하고 있다. 모두 다 이미 잘 알려진 텍스트들이고 당대를 분석하기에 적절한 텍스트들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여공들은 어떻게 그 아픔 또는 고통을 재현했을까, 재현의 내용과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메시지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함의를 던져주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저자의 언급이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폭력, 단순노동의 지루함, 산업화의 유혹과 괴롭힘이 모두 합쳐져 새로운 여성 노동계급의 주체성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여공문학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산업화가 한창이었던 한국에서 새로운 노동계급 자아가 등장할 수 있도록 했고, 이를 소개했다. 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 같은 여공 문학이 등장했던 과정과 그것이 여성 노동계급에게 미쳤던 결과이다. 23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여성 노동자, 그들의 생활, 노동 계급으로서의 여공, 여공문학에 대한 분석과 이해가 너무 평면적 분석에서 끝나버렸다. 저자에게 '여공문학'는 19세기 영국의 산업 소설과 비교할 만한 테마로 다가왔지만, 둘을 비교 분석하기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치 않아 보인다. 아이디어가 구체화되기 위해서는 네이밍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 이상 진전을 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다시 오래전 이야기는 어떻게 재생될 수 있을까, 읽는 내내 생각했다. 누구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이 책 9페이지에 다음 문장이 있다.


그들(80년대 후반 10대 여공)은 야심이 있었고 독학한 러시아어로 러시아 대가들의 책을 읽고 있었다. 9


들어본 적이 전혀 없다.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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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한국어판 서문 9
서론 / 섹슈얼리티, 폭력, 문학 13
1장 / 여공의 발명 39
2장 / 유혹의 이야기 97
3장 / 서울로 가는 길 145
4장 / 슬럼 로맨스 219
5장 / 소녀의 사랑과 자살 277
에필로그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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