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
예를 들어, 과거와 현재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그 바탕 위에서 과감하게 미래 예측을 한 마르크스와 같은 사회철학자의 논설은 일견 그럴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현실과 별 관련 없는 이론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냥 벌어지기도 하고, 어떤 우연들이 축적되고 겹쳐서 일어나기도 한다. 예측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모든 사회과학자가 우리가 공개적으로 거의 논하지 않는 비밀을 알고 있다. 최고의 지식인들조차 사회적 세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진정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175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이렇게 과격한 문장까지 동원하고 있다. 사회는 인과 관계가 분명한 어떤 법칙에 의하여 작동되고 있다고 사회과학자들은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 그들은 자신들도 모르는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이런 주장, 어느 정도는 동의할 수 있다. 우리 인간의 이성적 결단과 행동에 의해 무엇이 이루어지기보다는, 그저 어떤 우연에 의해 발생하는 일이 실제로 있고, 그 일의 의미가 막대한 때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표적 사례로 일본 교토가 1945년 원폭 투하 예정지에서 빠진 것을 들고 있다. 미국인 관광객 부부가 1926년 일본 교토를 방문했고, 그때 느낀 정취가 너무 좋아, 1945년 원폭 투하 예정지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많은 교토 사람은 그저 한 미국인 부부의 단순한 결정 때문에 생존하게 되었다. 무슨 사회과학적 또는 자연과학적 인과 관계와 상관없이 일어난 상황이다. 저자는 이런 자신의 주장을 천지창조의 우연성부터 시작한다.
자연계는 우발성과 수렴성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다. 33
어떤 기획 없이 일어난 일들이다. 그렇게 천지가 창조되고 생물종이 진화의 과정을 거쳐 여기 우리가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다.
레딩대학교 진화 생물학자인 마크 페이겔은 정교한 DNA 배열을 바탕으로 새로운 생물체의 78%가 단 한 번의 사건에서 비롯됐다는 놀라운 증거를 발견했다. 89
저자는 이런 사례를 여러 개 열거한다.
진화는 가끔 더 임의적인 과정일 수 있다. 이 부분은 어느 거대한 운석이 지구를 강타해서 생명의 나무 전체를 휩쓸어버리는 바람에 포유동물이 출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꽤나 명확해진다. 99
인간이 세상을 다루는 평범하고 이성적인 방식이 헛되다고 느껴질 때, 확고히 통제할 수 있는 정상적이고 보편에 가까운 방식이 바로 미신이다. 120
결국 미신이라는 것이다.
이제 복잡계로 넘어간다. 근대로 들어선다.
그 답은 복잡성 과학과 복잡적용계 연구라고 하는 상대적으로 새로운 지식 영역에 있다. – 중략 – 이 학문은 질서와 무질서, 순수한 임의성과 안정성, 그리고 통제와 무정부상태라는 양극단 사이에 존재하는 세계의 상태를 다룬다. 141
복잡계 이해가 필요한 한 이유는 서로에게 적용되는 네트워크가 다양하고 상호작용하며, 상호 연결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143
그렇다고 예측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라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몰라”라고 말하는 것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불필요할 때 어리석은 예측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뿐이다. 178
왜냐하면, 과거는 과거일 뿐이기 때문이다.
1995년에 선견지명이 있던 미래학자 몇몇은 스마트폰의 등장을 예상했으나 이 통찰은 발전하는 기술을 이해해서이지, 과거 역사적 유형을 기반으로 확률적인 추론을 해서가 아니었다. 세상이 바뀔 때 과거는 언제나 우리를 이끌 수 없다. 188
그럼 도대체 인간은 왜 합리적 분석에 집착하는가
사실 인간은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왜?”가 우리를 이끌어간다. 이 신념들은 임의적이고 우발적이며 겉보기에 무작위인 것들로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을 연구할 때, 즉 무엇이 사회를 움직이는가 이해하려고 애쓸 때, 체계적으로 이 확연한 사실을 무시한다. 202
저자의 결론이다.
좋은 사회란 우리가 불확실성을 받아들이고 미지의 것을 아우르는 사회다. 375
동의할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뉴노멀의 노멀 시대에는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어떤 우연적 요소들의 결합에 의해 뉴노멀이 일상이 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면서 저자 주장에 동의 할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체계와 합리성 안에서 많은 호흡을 하겠지만, 조금씩 그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는 있어 보인다. 그래야 호흡이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다 또는 부담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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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하나를 바꾸면 열이 바뀐다 - 모든 행동이 각각 독립되어 있을 거라 믿는 개인주의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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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모든 일에 다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 우발성은 어떻게 확률과 혼돈이 이끌어가는 세계에서 군림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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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흑백으로만 볼 수 있었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우리의 뇌는 이야기를 꾸며내기 위해 설계됐다
숨겨졌다고 믿는 설명을 찾아 헤메는 음모론자들
5장 무리의 법칙 - 모든 무리는 혼돈의 가장자리에 불안정하게 서 있다
하나가 되어 행진하고 예고 없이 방향을 바꾸는 무리
모래알 하나가 일으킨 처참한 연쇄반응
잇달아 만들어진 의미 없는 우연의 엄청난 효과
규칙성의 신기루
잔물결은 어떻게 삶을 바꾸고 사회를 뒤엎는가
6장 헤라클레이토스의 규칙 - 제어할 수 없는 혼돈을 제어할 수 있는 확률로 착각하는 사람들
우리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답을 안다고 자주 착각한다
우리는 적어도 나 자신은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잘못된 확률을 사용하는 것보다 낫다
우리는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확률을 사용할 때 길을 잃는다
7장 스토리텔링 애니멀 - 비합리적인 신념의 힘
믿음은 어떻게 인간의 행동을 형성할까?
인간은 서사를 통해 세상을 항해한다
현실에는 기승전결이 없다
8장 지구 복권 - 지질과 지형은 어떻게 우리의 운명을 형성하고 궤적을 바꿔놓을까?
지형은 우리가 써 내려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우리는 지구가 어떻게 우리를 형성했는지는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지리적 요인은 사람들의 선택을 바꾸고 역사를 바꾼다
지질과 지형 그리고 우발성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까
9장 모두의 나비효과 - 어떻게 모든 사람이 꾸준히 세상을 바꾸는가
우리 각자는 조금씩 다르게 날갯짓을 한다
역사는 벌어진 사건이 아닌 우리가 벌어졌다고 동의한 사건이다
버려진 담배 세 개비, 그리고 이를 발견한 적절한 인물
때로는 편견이 우리의 눈을 가리고 귀를 닫게 한다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10장 시계와 달력 - 아주 짧은 순간은 어떻게 세계를 바꿔놓을까?
타이밍의 우발성은 우리 삶을 끝없이 결정하고 전환한다
우리는 역사적 사건들로 만들어진 리듬에 따라 우리 삶을 동기화한다
같은 효과라도 타이밍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다
11장 황제의 새로운 방정식 - 왜 로켓과학이 인간 사회보다 이해하기 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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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이론이 틀렸을까, 세계가 바뀌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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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스러움과 수학스러움
데이터 예측의 함정
12장 이 세계는 결정론적인가 비결정론적인가? - 인생은 처음부터 대본이 짜여 있을까, 아니면 미래를 선택할 자유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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