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편과 조선
페이스북에서 누가 좋다고 했다. 제목도 괜찮았다. 구한말 또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아편을 둘러싼 세력 간 갈등 같은 것을 예상했다. 일제 경찰과 독립운동 조직. 또는 독립 자금 마련을 위해 아편을 생산한 집단과 유통시킨 조직 사이의 갈등을 재미있게 재구성한 책으로 생각했다. 아니면 조선의 근대화 과정에 아편이 어떤 역할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도 있었다.
결과는 다 꽝이었다. 우선 재미가 하나도 없다. 책은 총 7챕터로 되어 있는데, 전부 저자가 그동안 학회지에 발표한 논문들이다. 일반 독자를 위해 쓴 글이 아니고 전문지에 발표한 글이다 보니, 대중성은 전혀 없다. 읽는 맛이 하나도 없다. 개별 논문들이다 보니, 서론이 지루하게 반복된다. 문제의식, 취지, 선행 연구, 개요 등이 내용만 조금 달리 계속 나온다.
본론에서는 중복된 내용이 많다. 내용도 시간순으로 흐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순차적으로 흐르다가 어떤 맥락 없이 다시 역순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친절하지도 않다. 오래된 신문 기사 그대로 게재했다. 굳이 읽어야 한다면 읽겠지만, 불편한 문장을 애써 읽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강 이런 내용이다. 조선은 청나라 영향 아래 있었기에 당연히 청나라 상인들의 영업 활동이 자유로웠고, 이들의 주상품은 아편이었다. 조선 왕실이 아편에 대한 경각심은 있었지만, 행정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 된 계몽 또는 판매 금지 등의 조처는 미흡했다. 지방에 특히 아편중독자가 많은 이유다. 강점기 시절 총독부가 공식적으로 아편 판매 금지 또는 처벌 등 조처했지만, 아편을 통한 수익 창출 등의 이유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만주에 정착한 조선인들의 주 수입원 중 하나가 아편재배였다. 일제는 전매제도를 통해 세수 확보를 하는 시기도 있었고, 아편과 비적의 연계성 때문에 아편재배를 불허하는 경우도 있었다.
만주군은 산간 벽지에서 재배되는 아편은 모두 항일세력의 자금원으로 보고, 아편재배 장려에서 단호한 박멸로 바꿨다, 263
강점기 시기 일본 내 아편 중독자는 일본인보다 조선인이 더 많았다. 중독된 사람들이 도일했고, 이들은 적절한 치료 없이 계속 중독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해방 후 만주 등에서 귀환한 아편중독자들이 많았고, 국가는 이들을 치료할 적절한 시설 또는 과감한 정책을 취하지 못했다. 60년대 초 군사정권이 들어선 이후 아편에 대한 강력한 조처가 취해졌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읽다가 언더라인 한 몇 문장
1914년 1차 대전 발발 이후 아편 가격이 폭등하였고, 조선 내에서도 앵속의 재배면적이 증가되었다, 103
마적이 당국에 귀순할 때 이들에게 상당히 높은 관직을 주었던 것도 마적을 증가시켰다, 210
출세하기 위해 마적이 되었단다.
정치적 기타 특별한 목적이 없는 마적에게 있어서 납치 활동은 주요 수입의 하나였다. 211
위의 기사를 통해 볼 때 압록강 대안의 장백현 이주 한인 농가들은 거의 대다수가 아편업에 종사하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56
청도지역의 마약 관련 종사자는 일본인보다 한인이 많았다. 293
++
책을 내면서
서론
제1장. 개항기(1876-1910) 조선의 아편 확산 배경
1. 들어가며
2. 개항기 조선의 아편 소비와 확산
3. 개항기(1876-1910) 조선의 아편 확산과 청국 상인
4. 소결
제2장. 식민지 시기 조선총독부의 아편·마약정책과 그 실태
1. 들어가며
2. 1910년대 조선총독부 아편정책의 실상
3. 1930년대 조선총독부 모르핀 대책의 실상
4. 소결
제3장. 식민지 조선의 지방 의료체계와 모르핀 오남용 : 1920년대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지방 의료체계의 문제점
3. 지방 의료인과 모르핀 오남용
4. 소결
제4장. 식민지 시기 만주 이주 한인과 아편 : 마적, 비적과의 관련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1920년대 마적과 한인, 그리고 아편
3. 1930년대 만주지역의 아편 재배와 한인, 그리고 비적
4. 소결
제5장. 식민지 시기 중국 화북 이주 한인과 아편·마약 밀매문제 : 청도(靑島)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일본의 청도 점령과 아편정책
3. 일본의 청도 반환과 한인의 아편·마약 밀매
4. 소결
제6장. 식민지 시기 재일 한인과 마약문제 : 1930년대 도쿄부(東京府)를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1920~1930년대 한인의 도일과 마약문제
3. 재일 한인 마약 중독자의 실태와 원인
4. 소결
제7장. 해방 이후 이주 한인의 귀환과 아편·마약 문제: 중국지역 귀환 한인을 중심으로
1. 들어가며
2. 해방 직후 만주·화북지역 한인의 귀환과 마약문제
3. 1960년대 군사 정부의 마약정책과 ‘만주국’의 유산
4. 소결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