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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화풍으로 만들어 주세요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이용자가 올린 사진을 일본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 Inc.)의 화풍으로 만들어주는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이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무료 버전인 데다 이용하기도 쉬워 자기 얼굴이나 가족사진을 지브리 화풍으로 만들어서 SNS에 릴레이로 올리는 게 유행이 되었다. 사진을 업로드하고 “지브리 화풍으로 만들어줘”라고 입력만 하면 된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ChatGPT 서버에 접속하다 보니 Open 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는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의 폭발적인 이용으로 서버에 부하가 걸리고 있다”면서 “해당 기능 (무료) 사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한다”고 말했다.


지브리 화풍이 갖고 있는 고유의 따뜻하고 서정적 느낌이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어필되어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미지 생성 모델은 예전부터 다양하게 활용됐다. 원하는 이미지를 구상한 후에 텍스트로 명령하면 스테이블 디퓨전·달리·미드저니 등 이미지 생성형 AI 모델들이 적절한 이미지를 만들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는 광고, 마케팅, 영화, 전자책, 유튜브, SNS 등에서 폭넓게 이용되었다. 그러나 이런 모델들은 탁월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쉽게 이용하기 힘들었다. 유료거나 그래픽 카드가 필요한 경우, 설치 과정의 어려움 등으로 해서 일반인의 사용이 쉽지 않았다.


312433_220381_3425.jpg 필자 김홍열이 ChatGPT-4o를 이용해 생성한 지브리풍 이미지

사람들이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에 환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2년 11월 ChatGPT-3.5가 공개되었을 때 폭발적 관심을 보인 이유는 단지 질문 하나만으로 그토록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사용자 친화적으로 구성되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었기에 단기간에 AI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의 장점도 여기에 있다. 사용해 본 사람들은 모두가 동의할 정도로 사용자 친화적이라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 공개 후 약 1시간 만에 100만 명 이상의 ChatGPT 사용자가 추가되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의 성공은 경쟁사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ChatGPT-3.5 공개 이후 채 2년도 안 돼 중국의 조그만 스타트업이 생성형 AI DeepSeek를 출시해 글로벌 충격을 던진 게 불과 얼마 전 기사였다. 딥시크는 ChatGPT-3.5의 시장 점유율이 짧은 기간 안에 급속도로 올라가는 점에 자극받아 오픈 소스 기반의 AI를 만들었고 현재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의미 있는 시장 점유율은 보이지 않지만, 최근 미국 내 AI 검색 시장에서 DeepSeek가 챗GPT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단기간 통계지만 DeepSeek 51%, 챗GPT 49%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조만간 ChatGPT-4o와 유사 기능의 AI가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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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과 이후 시장에 나올 AI 이미지 생성 모델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본질적 이유가 있다. ChatGPT-4o는 사람들에게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 얼마나 쉬운지 알려주었다. 이번에 선보인 지브리 화풍은 단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지브리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학습해 지브리 화풍의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다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화풍도 당연히 가능하다. 실제 심슨, 스머프, 레고 같은 유명 애니메이션 화풍으로 변환하는 기능도 내재되어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을 선택한 이유는 당연히 대중성 때문이다. 이제 대중성 있는 유명 화가의 화풍으로 이미지를 재창조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ChatGPT-4o 이전까지 이미지 생성은 전문가 영역이었고 전문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가능했다. 일반인들에게는 장벽이었다. 텍스트로만 자기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물론 지금은 초기 단계이고 좀 더 다양한 AI 기반의 이미지 생성 모델들이 나와야 하지만, 분명한 것은 텍스트 중심의 의사 전달 시스템에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에도 텍스트의 의미가 축소되지는 않겠지만, 의사 전달 방식의 많은 부분은 이미지로 대체될 것이고 그만큼 의사 전달은 더 분명해질 수 있다. 우리는 간단한 이모티콘 하나로 서로의 감정을 무리 없이 주고받는 경험을 이미 충분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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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 새 이미지 생성 모델이 생성한 카툰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오픈AI 제공]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자주 이용하다 보면 어떤 신상품이라도 이내 필수품이 되어 버린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은행에 가지 않고 모바일 앱 하나로 모든 금융거래를 처리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주 쓰다 보면 다양한 솔루션들이 출시되고 시장이 확대되고 일상이 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세상이 변해 있음을 알게 된다. ChatGPT-4o 이미지 생성 모델과 이후 출시될 여러 모델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마트폰으로 쉽게 사진을 찍고 쉽게 찍은 사진으로 원하는 화풍의 이미지를 만들게 되면서, 우리는 모두 캐리커처 작가들이 되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기술은 이렇게 우리의 표현 능력을 한 단계 더 올려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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