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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클릭’이 보여준 정보서비스의 중요성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국세청의 종합소득세 환급서비스 ‘원클릭’이 종합소득세 신고 대상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4월 7일 오후 4시 기준, 원클릭 서비스를 통해 40만 명이 331억 원을 환급신청했다고 국세청이 밝혔다. 서비스 개통 일주일 만에 이루어진 일이다. 국가나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서비스가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가입자를 유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나 공공기관의 디지털 서비스 경우 정책 홍보용으로 기획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마저 오래 유지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AI 시대에 맞는 대국민 서비스라는 근사한 명분을 갖고 출발했지만, 처음 기획 의도에 맞게 운영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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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홈페이지 갈무리


국세청의 원클릭 서비스가 인기를 얻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용자 눈높이에 맞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원클릭 서비스 이전에도 종합소득세 대상자들을 위한 디지털 서비스는 있었다.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홈택스에 회원가입하고 프로시저에 따라 데이터와 자료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환급액 유무와 환급액을 알려준다. 문제는 이 과정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었다. 세금이라는 특성상 정확한 데이터와 입력 프로시저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과정이 너무 어렵다 보니 순서대로 끝까지 마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다.


세무 플랫폼 삼쩜삼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만든 삼쩜삼은 복잡한 세금 신고·환급을, 앱을 통해 쉽게 처리해 주는 플랫폼이다. 환급을 받으려고 홈택스에 들어가 이런저런 시도 끝에 절망한 사람들이 삼쩜삼의 주요 고객이다. 삼쩜삼은 환급액의 10~20%를 내면 환급액을 찾아주고, 환급액이 없으면 수수료도 없다고 광고하면서 가입자를 모았고, 실제 많은 사람들이 가입해서 이용했다. 삼쩜삼 블로그에 의하면 작년 5월 현재 누적 가입자 2천만 명, 누적 신고 1천만 건, 최초 누적 환급액 1조 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불과 설립 4년 만에 성취한 결과다.


삼쩜삼의 시작은 홈택스의 불편함에서 비롯됐고, 삼쩜삼의 성장은 홈택스가 무척 불편하고 여전히 불편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한 사실이지만, 삼쩜삼이 갖고 있는 세금 관련 데이터는 하나도 없다. 세금 관련 모든 데이터는 국세청 서버에 있다. 삼쩜삼은 고객이 환급 서비스를 요청할 경우 고객의 동의를 받아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하여 국세청 서버에 있는 데이터에 접근한다. 같은 정보인데 개인과 삼쩜삼의 접근 방식이 다른 것이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만약 홈택스 이용이 쉽다면, 키오스크 주문이나 인터넷으로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는 정도로 쉽다면 굳이 유료 사이트인 삼쩜삼을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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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스앤빌런즈 삼쩜삼 [자비스앤빌런즈 제공]


이 의문은 필요한 질문이지만, 지금까지 그 답을 얻지 못했는데 이번에 국세청이 적절한 솔루션을 들고 나온 것이다. 종합소득세 환급서비스 원클릭이 등장한 배경이다. 국세청은 보도자료에서 “최대 5년 치 환급금액을 한 번에 보여주고 클릭 한 번으로 환급 신청을 마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쩜삼의 광고 문구와 거의 동일하다. 삼쩜삼과 다른 것은 서비스 이용 수수료가 없다는 점이다. 삼쩜삼 서비스 이용 시 환급 금액의 10~20%를 수수료로 지출되던 부담이 없어졌다. 개인정보를 사기업에 제공하는 것에 따른 불안감도 사라졌다. 원클릭 서비스로 국세청의 대국민 서비스가 많이 개선되었다.


원클릭 서비스가 아직은 초기 단계라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어 미래가 기대된다. 국세청의 이번 조처는 국가 기관이 개방적이고 국민 친화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의 모든 정보를 합법적으로 보관, 유지하고 있는 국가 기관에서 스타트업 정도의 서비스 마인드를 발휘해 혁신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구축했다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대부분의 국가 기관이 법률에 따라 개인정보를 수집·보관하고 있지만, 정보 공개에는 수동적이다. 많은 경우 정보 보호 차원에서만 머물고 있고, 공개 및 활용을 통한 대국민 서비스 개선에 미흡한 곳이 많다.


예를 들어 법원 자료 활용은 아직도 제한적이다. 헌법 109조에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어 재판자료의 공개를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지만, 국민의 알 권리 충족은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디지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이 출현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법원 서버에 보관된 재판 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하여 AI 서비스 시스템을 구축하면 쉽게 이용할 수 있어 국민의 법 상식이 높아져 사회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법원 결정에 따라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국세청의 진보적 업무 추진 사례가 타 국가 공공기관에 자극이 되어 국민을 위한 정보서비스 구축이 더 활성화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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