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을 변화시키는 사회경제적 조건들
형벌과 사회구조 .게오르크 루쉐, 오토 키르쉬하이머
이 책이 고전인 이유는 “ 적어도 형벌의 변천 과정이나 형벌의 역사를, 그 이전에는 없었던 하나의 일관된 관점 – 마르크스 경제사관 – 에서 바라보고 분석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 중략 – (범죄와 형벌에 대하여) 이 책처럼 경제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저서는 이 책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옮긴이 서문 중
위 인용한 문장을 책 소개하는 어느 기사에서 보고 책을 산 것 같다. 책 전체 내용 중 어느 정도는 역자의 언급대로 마르크스 관점에서 형벌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형벌 유형으로서 노예형은 노예제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교도소의 강제노역은 공장제도가 없으면 불가능하며, 사회의 모든 계층에 대해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은 화폐 경제체제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20
예를 들어 다음 문장을 보자.
국가는 노동력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했다. 1669년 프랑스의 한 법령은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노동자를 체포하고 재산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을 두었으며, 1682년 법령은 이민에 대하여 사형을, 그리고 이민을 획책하는 행위에 대하여는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까지 도입했다. 52
(1803년에 나온 스위스의 보고서에 언급한) 교정원제도는 박애정신의 결과도 아니었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공적인 의무감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자본주의가 발전한 덕분이었다. 75
여기까지는 좋았다. 이런 기조가 끝까지 이어지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어느 순간부터 마르크스의 관점은 희미해지고 정치적 사회적 환경 변화에 따라 바뀌는 형벌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근(1930년대 영국) 벌금을 납부할 수 없는 자들로 교도소가 과잉 수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분할납부제도가 도입되었다. 이 제도로 인해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을 교도소 밖에서 처우할 수 있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226
희화화된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인도적인 방식과는 반대로, 나치주의자들은 새로운 제도를 추진했는데, 이 제도는 생물학적이며 인종적-예정설적 실증학파이론과 독일 고전학파의 응보론적 형벌이론을 섞어놓은 것이다. 243
두 명의 저자가 어떻게 나누어 썼는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은 비교적 마르크스 관점에 충실하고 다른 저자는 사회구성주의 관점에서 기록하고 있는 것 같아, 약간은 혼란스럽고 재미가 없다. 역자는 이 책이 고전이라고 했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내용도 깊이도 부족하다.
읽다가 밑줄 친 몇 문장 인용한다.
(중세말기) 노동임금이 하락하자 인간의 생명에 대한 가치도 점점 더 줄어들었다. 가혹한 생존경쟁으로 인하여 형벌제도는 인구가 급증하는 것을 막는 수단의 하나로 사용되었다. 37
사형 집행을 많이 했나 보다.
1746년 프로이센의 성직자들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로부터 고해성사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그 목적은 영아살해의 수를 줄이고자 하는 것이었다. 49
이 시기는 출산율 증가가 필요했고.
사법의 독립은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적극적인 측면으로는, 그것이 법 앞에 자유와 평등을 보장해 준다는 것이다. 소극적 측면은, 판결을 내리는 판사들의 권력을 숨겨준다는 것이다. 112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1800년 전후) 예전에는 치안판사가 정한 임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주거나 받는 것이 징역형에 처할 범죄였다. 125
이런 시대도 있었네 !!
1802년 초) 라이프치히 교정원에 수용된 죄수들은 그곳의 상태가 너무나도 좋아 다시 지옥과도 같은 바깥세상으로 나가고 싶지 않다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146
얼마나 좋았으면…
++
목차
제1장 서 론
제2장 중세 후기의 사회상황과 형벌의 적용
제3장 중상주의와 징역형의 등장
제4장 형벌 유형의 변화
제5장 계몽주의 시대의 범죄이론과 형법의 발전
제6장 산업혁명이 초래한 사회적·형벌적 결과
제7장 유형의 폐지
제8장 독거수용의 실패
제9장 현대의 교정개혁과 그 한계
제10장 최근의 벌금형 집행현황
제11장 파시즘하에서의 새로운 형사정책적 경향
제12장 형벌정책과 범죄율
제13장 맺음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