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연명하는 공공배달앱의 구조적 한계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지난주 수요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세금 5년 퍼부었지만…‘지자체 배달앱’ 반토막 났다”는 제하의 기사는 그동안 논란이 되어 온 공공배달앱의 현황을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하고 있다. 지난 5년여 동안 정부와 지자체가 투입한 예산은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르지만, 공공배달앱은 여전히 민간배달앱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공공배달앱은 낮은 수수료와 각종 할인 혜택으로 소비자를 일시적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장에서 스스로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지는 못했다. 특히 이용자 수와 주문량은 재정 지원의 증감에 따라 급격히 흔들린다. 이는 플랫폼이 아니라 보조금 사업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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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PG) [연합뉴스 일러스트]


일부에서는 ‘땡겨요’를 공공배달앱의 성공 사례로 언급하지만, 엄밀히 보면 성격이 다르다. 땡겨요는 기업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으로, 민간배달앱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지자체가 지역화폐나 소비쿠폰을 결합해 활용하고 있을 뿐, 운영 주체와 핵심 전략은 민간에 있다. 반면 전국 각지에서 지자체가 직접 개발·운영했던 공공배달앱들은 대부분 실패를 경험했다. 수년간 유지되다 거래액 감소와 이용자 이탈로 정리되거나,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사례가 적지 않다. ‘공공이 직접 만든 배달앱’이라는 모델 자체가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좌절해 왔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공익 기능 큰 공공배달앱의 경쟁력 제고 방안, 2025.12.7]에서는 보다 조심스러운 언어를 사용하지만, 결론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문서에서는 공공배달앱이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고 공익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한다. 그러나 그 전제에는 분명한 한계 인식이 깔려 있다. 공공배달앱이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일시적 완충 장치’로 작동했음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상시적 정책 수단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한다. 공공배달앱 지속을 위해 중장기 재정 계획과 함께 ‘사업 종료 시나리오’를 명시해야 한다는 대목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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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배달앱 유형별 이용 실적 추이 (자료 출처= 국회 입법조사처 ‘공익 기능 큰 공공배달앱의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


그동안 지자체들은 지역 상권 보호와 소상공인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지역 기반 정치인과 자치 단체장들은 공공배달앱을 대표적인 성과 사업으로 내세우며 강하게 추진했다. 그러나 행정 조직이 운영하는 플랫폼은 민간 기업과 같은 속도와 유연성을 갖기 어렵다. 결국 예산 부담은 커지고,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최근 경기도가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지원 예산을 올해 62억 원에서 내년 37억 원으로 40% 삭감하기로 한 결정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일 사업의 축소가 아니라, 공공배달앱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분명한 사례다.


공공배달앱이 민간배달앱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플랫폼 경쟁의 핵심은 기술 투자, 데이터 축적, 사용자 경험 개선,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다. 이 모든 영역에서 공공부문은 구조적으로 불리하다. 공무원 조직은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결정에 익숙하지 않고, 서비스 개선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 소비자는 이미 익숙한 앱을 떠날 이유가 없고, 가맹점 역시 주문이 적은 플랫폼에 남아 있을 유인이 약하다. 결국 공공배달앱은 예산으로 운영 경비를 지속적으로 보전하는 방식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경쟁이 아니라 재정 의존 구조다. 출구 전략이 보이지 않는 선심성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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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배달앱


그렇다고 공공배달앱이 완전히 무의미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비정상적 위기 상황에서는 공공의 시장 개입이 분명히 필요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상황으로 대부분 외식업이 붕괴 직전에 놓였던 시기, 공공배달앱은 단기적 숨통을 트여주는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했다. 문제는 이 비상수단이 상시 정책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위기 대응은 언제나 한시적이어야 한다. 위기 상황이 종료되면 대응 방식 역시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조정되어야 한다. 종료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정책은 결국 관성적으로 유지되며 비효율을 키운다. 공공배달앱 역시 예외가 아니다.


공공성은 분명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공공성이 모든 영역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는 없다. 공공부문이 직접 특정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인 분야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영역도 분명히 존재한다. 민간부문이 장악하고 있는 배달 플랫폼은 이미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 변화가 빠른 시장이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는 조심스럽게 표현하고 있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공공배달앱은 지속 가능한 대안이 아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예산’이나 ‘운영 방식 개선’이 아니라, 공공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일이다. 공공배달앱이라는 실험은, 이제 정리할 시점에 도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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