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를 명분으로 국가-플랫폼의 '통제'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최근 민주당이 발의해 추진 중인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곧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물론 다수의 시민언론단체, 학계, 인권단체가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단독으로 오는 24일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이 아니라, 정보 유통의 질서와 통제 권한을 국가가 재설정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허위정보’라는 개념을 법률로 규정하고 처벌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은, 정보사회에서 정보와 권력이 플랫폼에서 어떻게 결합되어 작동되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당초 개정안은 ‘단순 허위정보’의 유통까지 규제하려는 포괄적 설계를 담고 있었다. 이는 단순 오보나 사실 착오, 미완의 정보 생산까지 처벌 대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과거 유사한 규제 시도에 대해 과도한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조율과 수정을 거쳐 수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지만, 핵심적인 구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규제의 범위는 다소 조정되었을지 모르나, ‘무엇이 허위인가’를 사후적으로 판단하고 제재하는 체계 자체는 그대로 유지된다. 이는 법의 언어를 통해 불확실한 정보 생산 과정을 통제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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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지난 8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주권 언론개혁 특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정보사회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사회의 작동 원리를 정면으로 거스른다는 점이다. 정보사회는 본질적으로 미완의 정보, 경쟁하는 해석, 오류를 포함한 상호작용 위에서 진화해 왔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상공간에 진입해 자신의 경험과 해석, 의견을 자유롭게 생성하고 유통시켰다. 그런데 이 법안은 정보의 ‘결과’만을 기준으로 규제하려 하면서, 정보 생산의 과정과 집단적 검증 메커니즘을 무시한다. 이는 정보사회를 ‘열린 네트워크’가 아니라 ‘관리 가능한 데이터 흐름’으로 환원시키는 사고방식이다. 결국 문제는 허위정보 자체가 아니라, '누가' 정보의 정당성을 판별할 권한을 갖는가에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법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전가하는 구조적 압박이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강력한 행정 제재를 피하기 위해 구글, 네이버 같은 플랫폼 기업들은 논란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삭제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가 검열이 아닌 ‘기술적 검열’, 즉 알고리즘과 내부 운영 규칙을 통한 사전 차단으로 나타난다. 알고리즘은 맥락과 비판의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한 채, 위험 신호가 감지된 발화를 자동으로 배제한다. 그 결과 소수 의견, 급진적 문제 제기, 권력 비판적 담론이 구조적으로 불리해진다. 정보의 다양성은 줄어들고, 안전하지만 무미건조한 발화만 살아남는다.


이러한 구조는 필연적으로 상시 모니터링 사회를 만들어낸다. 허위정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모든 게시물과 소통이 잠재적 감시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자신이 언제, 어떤 기준으로 문제적 발화자로 분류될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이는 푸코가 말한 ‘파놉티콘’적 효과를 디지털 공간에서 재현한다. 감시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더라도, 감시받고 있을지 모른다는 인식 자체가 행동을 규율한다. 그 결과 시민들은 스스로 발언을 자제하고, 논쟁적 주제에서 물러서며, 안전한 침묵을 선택하게 된다. 정보 생산의 위축은 민주적 공론장의 쇠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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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Pixabay.com


더 나아가 이 법안은 정보 수용자의 태도 자체를 변화시킬 위험이 있다. 국가는 ‘거짓’을 대신 걸러주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시민은 그 판단에 의존하게 된다. 이는 정보 해독 능력,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집단적 검증 역량을 약화시킨다. 정보사회에서 시민은 능동적 해석자이자 참여자여야 하지만, 이 구조 속에서는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한다. 거짓을 판별하는 책임이 개인과 사회에서 국가와 플랫폼으로 이전되면서, 사회 전체의 자정 능력은 점차 퇴화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편리해 보일지 모르나, 장기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인지적 기반을 허무는 선택이다.


결국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이라는 네트워크 사회의 근간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법과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형태의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이 시도는, 표현의 자유를 넘어 정보사회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려 한다. 허위정보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국가와 플랫폼 권력이 만나는 지점에서 통제는 일상화되고 비가시화된다. 이는 수정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민주당이라는 당명에 어울리지도 않고, 정보사회의 원리도 심하게 거스르는 이 법안은 즉각 중단되고, 폐기되어야 한다. 필요한 것은 통제가 아니라, 더 강한 공론장과 시민의 정보 역량을 키우는 사회적 투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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