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2025년 12월 24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 법은 고의적 허위·조작 정보 유포에 대한 손해배상과 과징금 규제를 강화하고 플랫폼 내용 규제 권한을 확장했다. 그러나 ‘허위조작정보’의 정의와 범위가 여전히 논쟁적이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특히 기술 플랫폼 사업자에게까지 책임을 부과하는 규제 프레임은 향후 플랫폼-국가 관계 재조정의 신호탄이다. 개정안 통과로 디지털 공론장과 권력의 간극은 이제 새로운 규제와 저항의 장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 갈등은 2026년 이후, 한국의 플랫폼 생태계 방향성을 규정할 가능성이 크다.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근절법이 민주당 주도로 처리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2024년 1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인공지능 기본법’은 2025년 1월 21일 공포되어 1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2026년 1월 22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국내 최초로 포괄적인 AI 법제로, AI 기술 발전과 공공 신뢰 확보를 동시에 지향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하위 법령 마련과 산업 전반의 AI 거버넌스 정비는 2025년 내내 중요한 논의 과제였다. 산업 육성, 안전 기준 설정 등 다각적 후속 정책이 전개되고 있다. 이 법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규제 도입이 아니라 AI 산업과 시민의 삶을 연결하는 기본 원칙을 법제화했다는 점이다. 특히 생성형 AI의 사회·윤리적 영향과 기술적 안전성 확보를 전면에 놓았다는 점에서 2025년 AI 거버넌스의 방향을 설정했다. 이는 한국이 AI 글로벌 경쟁에 참여하는 법적·제도적 토대를 강화한 중요한 이정표이다.
2025년은 ‘개인정보 유출의 해’라는 평가를 떠올리게 할 만큼 국내외 플랫폼과 기업에서 대규모 정보 유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해였다. 4월경 SK텔레콤 해킹으로 인해 이용자 약2,324만 명~2,700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이어 KT, 롯데카드 등에서도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은 개별 기업의 보안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개인정보는 단순한 기업 자산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권과 안전권에 직결되는 공공적 가치이다. 내외부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기업 자율에만 맡겨 둔 개인정보 보호는 한계가 분명하다. 2025년은 보안 체계 재설계와 법적·사회적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절감한 해로 기록되어야 한다.
쿠팡이 피해 고객에게 보낸 개인정보 유출 사건 통지 문자 메시지 (사진=연합뉴스)
AI가 물리적 세계로 진화하면서 ‘Physical AI’가 산업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AI가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사무직과 전문직은 물론 생산직, 서비스 영역까지 자동화 압력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산업 현장과 일상 공간에서 로봇이 인간 노동을 대신하는 현상은 인간 노동의 존재 이유 자체를 재정의하는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 제조업, 물류, 서비스 분야에서 인간 노동의 대체는 이미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사회적 불평등과 고용 구조의 변화라는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제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노동의 재구성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Physical AI의 확산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문제로 다뤄져야 할 과제다.
2025년은 생성형 AI가 일상과 산업 전반을 재편한 해였다. ChatGPT 등장 이후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외 기업이 다양한 AI 솔루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오픈소스 기반 AI 개발도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AI는 특정 전문가의 기술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 가고 있다. 메가 테크 기업들은 지속적인 버전 업그레이드를 통해 성능을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AI는 더 이상 특별한 신기술이 아니라 시장에 출시되는 하나의 상품이자 일상적 도구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업무, 교육, 창작, 여가 등 삶의 모든 영역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2025년 AI 범람은 기술 혁신의 속도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패턴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AI 일자리 대체 (PG) (이미지=연합뉴스)
2025년 12월 10일부터 호주가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유튜브 및 주요 SNS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뉴질랜드도 16세 미만 SNS 금지 도입 계획을 발표했고, 덴마크, 프랑스, 영국 등 여러 국가가 호주의 사례를 참고하여 유사한 연령 제한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 규제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의 중독성과 청소년 정신건강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반대 측은 표현의 자유 침해와 과도한 국가 개입을 문제 삼지만, 찬성 측은 알고리즘의 치밀함과 중독성, 그로 인한 피해를 강조한다. 어린 청소년의 자유의지에 전적으로 맡기기에는 플랫폼 구조가 지나치게 상업적이고 중독적이라는 점이 논거이다. 이 논쟁은 청소년 보호와 디지털 권리 사이의 균형이라는 오래된 과제를 다시 전면에 등장시킨 사건이다.
이미지 출처 유튜브
2025년 우리는 AI가 만든 생성물과 인간이 만든 창작물을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다. 현실과 가상, 사람의 창작과 기계의 생성이 서로 뒤섞이며 미디어 콘텐츠 전반에서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가상인가를 묻는 것보다 출처와 책임, 권리를 어떻게 보증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필요하다면 사람이 만든 창작물에는 명확한 표시를 두어 저작권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 동시에 AI 생성물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윤리 규범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현실과 가상의 착종은 창작과 소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미 AI가 만든 생성물에 둘러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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