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과 뉴스를 읽지 않는 사회

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by 김홍열

지난 12일 영국 가디언지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기사요약 서비스가 언론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규모 설문 결과를 보도했다. 이 조사에는 51개국에서 활동하는 280명의 미디어 업계 리더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사람들이 더 이상 뉴스를 읽지 않는다”는 점을 가장 심각한 위기로 지목했다. 기사의 전문이 아니라 AI가 제공하는 요약과 즉답형 정보가 뉴스 소비의 중심이 되면서, 언론의 사회적 기능과 공론장의 작동 방식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디언 보도는 뉴스의 사회적 소비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사 요약 솔루션은 AI 이전에도 존재했었다. 포털의 기사 미리보기, 언론사 내부의 자동 요약 프로그램, 독자를 위한 핵심 문단 정리 기능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당시 요약은 어디까지나 기자의 글쓰기를 보조하거나 독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보조적 장치였다. 독자가 요약을 본 뒤 기사 전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전제되어 있었고, 요약 자체가 정보 소비의 종착점은 아니었다. 기사의 중심은 여전히 원문에 있었고, 요약은 독자를 기사로 이끄는 안내판에 가까웠다. 정보의 권위, 맥락 설정, 해석의 주도권은 기자와 편집국이라는 전문 집단에 분명히 귀속되어 있었다.


315890_228236_4441.jpg

영국 가디언지 1월 12자 보도 갈무리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 관계는 근본적으로 뒤집혔다. 이제 많은 이용자는 더 이상 긴 기사에 접근하지 않는다. 검색창이나 챗봇이 제공하는 요약 답변만으로 정보를 소비한다. 텍스트를 따라가며 의미를 구성하던 공론장에서 '질문-응답' 중심의 즉시적 정보 환경으로 급속하게 이동한 것이다. 이용자는 사건의 맥락과 전개 과정을 읽기보다, 빠른 결론과 핵심만을 요구한다. 뉴스는 더 이상 읽히는 텍스트가 아니라, AI가 재가공해 제공하는 데이터 원천으로만 취급된다. 이런 현상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정보 소비의 단위가 ‘기사’에서 ‘답변’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언론사의 생존으로 이어진다. 이용자들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들어와 기사를 읽지 않고, 구글이나 AI 검색창에서 요약만 소비하게 되면서 언론사 트래픽이 줄어들고 있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현재도 트래픽이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향후 3년 동안 온라인 검색을 통한 언론사 사이트 방문 트래픽이 급감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광고 수익 감소와 구독 기반 약화로 직결되며 언론사 생존 문제로 이어진다. 기존 언론 비즈니스 모델이 ‘독자의 방문과 체류’를 전제로 설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언론은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그 유통 경로와 수익 구조를 통제하지 못하는 구조적 종속 상태에 놓이고 있다.


더 불편한 사실은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 현상도 아니고 돌이킬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AI의 눈부신 발전을 이해한다면, AI 요약 능력은 앞으로 더 정교해질 것이라는 사실에 쉽게 동의할 수 있다. 사람들은 정보과잉 시대 속에서 판단을 점점 더 정교한 AI에 위임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문제시되어온 인지적 외주화는 이제 예외적 현상이 아니라 일상적 선택이 되었다. 개인은 모든 정보를 직접 읽고 검증하기보다, 신뢰한다고 여기는 시스템을 통해 세계를 이해한다. 속도와 효율이 가치가 된 사회에서, AI 요약은 편리함을 넘어 하나의 표준적 정보 소비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315890_228237_4454.jpg

인공지능 (CG) [연합뉴스TV 제공]


그렇다고 해서 '언론'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언론의 위치와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편되고 있을 뿐이다. 가디언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신뢰할 수 있는 뉴스, 전문적인 분석, 그리고 다양한 관점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불확실성과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일수록,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의미를 제공하는 저널리즘의 가치는 오히려 커진다. 사실을 배열하는 능력이 아니라, 맥락을 엮고 논쟁을 조직하며 사회적 이해의 틀을 제시하는 능력은 인공지능이 쉽게 대체할 수 없다. 훌륭한 스토리텔링과 인간의 경험에서 비롯된 통찰은 인공지능이 아닌 호모 사피엔스 고유의 능력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단순한 사실 나열을 넘어, 그 사건의 사회적·시대적 의미를 대자적으로 해석하고 시민에게 전달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 기자만이 수행할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공적 책임을 지는 제도적 행위자다. 언론 없는 민주주의는 상상할 수 없다. 언론의 주요 역할인, 무엇이 중요한지와 무엇이 맥락에서 벗어났는지 그리고 무엇이 권력의 주장인지 판단하는 과정은 자동화될 수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AI의 확산은 왜 더 진정한 언론, 더 신뢰할 수 있는 저널리즘이 필요한지를 또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아드 폰테스(Ad Fontes, 근원으로 돌아가라)다. ++

keyword
김홍열 IT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팔로워 355
매거진의 이전글로동신문 공개가 의미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