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열의 디지털 콘서트
무인 자율주행 택시 운행 계획이 뉴욕주에서는 무산됐다. 지난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뉴욕주 일부 지역에서 상업용 로보택시 운영을 허용하려던 법안 수정안을 철회했다. 이에 따라 구글의 웨이모(Waymo) 등 자율주행 기업들의 뉴욕 진출은 당분간 어려워졌다. 당초 뉴욕주는 시험 운행과 제도 정비를 거쳐 상업 운행을 검토해 왔으나, 최종 단계에서 계획을 접었다. 업계는 예상 밖 결정이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뉴욕은 상징성이 큰 도시인 만큼, 이번 결정은 미국 자율주행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술 도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뉴욕주가 계획을 철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안전 문제다.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충분히 안전 운행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의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길을 건너던 초등학생이 웨이모 자율주행차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규제당국이 조사에 착수하면서 최종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안전 운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둘째는 택시 노동자의 일자리 축소 우려다. 뉴욕은 전통적으로 택시 산업 종사자가 많은 도시다. 로보택시 도입은 기존 운전 노동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수 있다. 기술 혁신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시 당국은 부담스러워했다.
구글의 자율주행 로봇 택시 웨이모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거리를 달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이유는 나름 설득력이 있다. 2025년 최신 조사에 따르면 뉴욕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교통 체증이 가장 심각한 도시다. 뉴욕 도심은 교통량과 보행자가 밀집된 복합 공간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예외 상황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형 사고가 한 번이라도 발생할 경우 그 파장은 치명적이다. 또한 택시 노동 문제 역시 단순한 직업 감소의 문제가 아니다. 생계와 지역 경제, 사회 안전망과 연결된 사안이다. 기술 도입이 곧바로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뉴욕의 신중함은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의문도 남는다.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 피닉스, 로스앤젤레스, 오스틴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이미 상업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자율주행 택시가 최초로 운영된 샌프란시스코의 도심 역시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샌프란시스코와 뉴욕의 결론은 달랐다. 이는 기술 수준의 차이보다는 신기술을 수용하는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한 도시는 위험을 관리 가능한 것으로 보고 단계적 도입을 선택했다. 다른 도시는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멈추는 길을 택했다. 결국 문제는 기술 그 자체보다 도시의 선택 방식이다.
Waymo’s Approach to Building a Safe Waymo Driver (유튜브 화면 갈무리)
두 도시의 이런 차이는 제도적 차이에서 비롯됐다. 샌프란시스코는 위원회 중심의 심의 시스템을 통해 자율주행 택시 운행을 결정했다. 위원회에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토론과 협의를 거쳐 수용할 수 있는 결정을 했고, 시 당국은 이를 승인했다. 행정 절차 안에서 규제와 허용의 기준을 조정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반면 뉴욕주의 경우 법 개정을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다. 완전 무인 운행을 허용하려면 운전석에 사람이 탑승해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았다. 뉴욕의 경우 기술 도입은 입법 과정이라는 정치적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웨이모에게 뉴욕은 상징적 시험대였다. 뉴욕에서의 성공은 다른 도시로의 확산을 의미하며 이곳에서의 규제는 세계 도시들에 부정적 신호를 보낸다. 확장을 본능으로 하는 플랫폼 기업에게 이번 결정은 치명적이다. 그러나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과 지역 정치권력이 충돌하는 장면은 정보사회에서 반복되는 풍경이다. 플랫폼은 국경을 넘지만, 도시는 법과 제도로 저항한다. 이번 사건은 플랫폼 자본주의의 진입이 자동적이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술은 세계적이지만 통치는 여전히 지역적이다. 이 긴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도시는 단순한 테스트베드가 아니라 주권의 공간이기도 하다.
Waymo’s Approach to Building a Safe Waymo Driver (유튜브 화면 갈무리)
자율주행의 속도는 빠르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느린 체제다. 토론과 검증, 합의와 책임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의 결정은 기술 발전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속도를 조절한 것이다. 우리는 종종 혁신을 가속의 언어로만 이해한다. 그러나 사회는 브레이크를 통해 균형을 유지한다. 기술은 미래를 약속하지만, 정치는 현재의 안전과 권리를 지켜야 한다. 자율주행이 멈춘 자리에서 드러난 것은 기술의 한계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역할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것은 자동차지만,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은 시민의 선택이다. 결국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민주적 절차에 기초한 사회적 합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