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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사색가 Jun 30. 2024

MBTI "E"의 삶에서 "I"의 삶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나를 인정하는 과정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나는 대문자 "E"의 삶을 살았다. 

MBTI를 처음 했던 24살부터 단 한 번도 "I"가 나온 적이 없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기고, 모임에서 나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어했으며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시간만 있으면 밖으로 나가곤 했다.  

그런 나의 모습에 만족했고, 혹시라고 누군가에게 소극적이라거나 조용해보인다는 말을 들으면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나의 "E"스러운(?) 모습은 늙어서 백발이 되더라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30대 후반이 되면서부터 조금씩 나의 모습이 변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1주일에 2~3번 정도는 약속을 잡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점차 그 횟수가 줄어들었다.

혹시라도 약속이 파토가 나면 '오늘은 쉴 수 있겠구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점차 많아지고 있었다. 


체력이 점차 안 좋아져서일까.

사람을 만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던 나였지만 점차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 에너지를 빼앗기는

느낌도 들었다. 술을 마시면 지하철이 끊기기 전에 집에 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이러한 나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잠깐 이러다가 말 거야. 운동을 하고 체력이 좋아지면 예전모습으로 돌아갈거야.

난 누가 뭐라고 해도 뼛속까지 "E"의 성향을 가지고 있단 말이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모습이 변하는 것이 잘못된 건가? E의 삶이 I의 삶보다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내가 I의 삶을 살면 더 불행해지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어쩌면 나는 내가 동경하는 삶을 살기 위해 어느 순간부터 억지로 그 삶에 맞는 모습을 쥐어짜내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면의 진실한 모습, 또는 변화된 모습을 부정하며 '연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가 원하는 모습에 나를 맞추면 그 인생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변화된 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또 다른 세계를 받아들이고 경험해보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E'가 아니라 'I'같다고 하면 'I'의 모습을 이해하고 느끼며 생활해보기로 했다.

지금껏 느끼지 못 했던 편안함과 안락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가끔씩 글도 쓰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보지 못 했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즐거움과 만족감도 있었다.

혼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었다. 

또한,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에게 맞는 생활방식을 찾아가는 의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E"의 모습을 추구하고 그 시간을 즐겼던 과거의 나를 벗어나,

새롭게 "I"의 모습으로 삶을 살아가는 행복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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