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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사색가 Mar 14. 2020

코로나가 안겨 준 재택근무 체험기(1일차)

재택근무 1일차

20.03.03

당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삼성,SK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하나씩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는 보도가 쏟아져나왔다. 최대한 자극적인 기사로 클릭수를 올리려는 언론사에서는 우리회사를 콕 집어서 '경쟁사들은 이미 재택근무 시행중인데 OO사는 감감무소식'이라며 공격하고 있었다. 


언론 뿐만 아니라 내부 직원들의 민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나름 대기업이라고 하는데 왜 우리 회사만 재택근무 관련 규정이 안 나오는지, 아니 나오기는 하는지 등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이런 불만은 고스란히 직장인 커뮤니티 블OO드에도 고스란히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3월 2일 오후, 전면적으로 재택근무를 시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그로부터 나의 재택근무를 시작되었다. 


 


*1일차 오전
가장 먼저 바뀐 것은 바로 기상시간.

그 동안 매일 듣던 알람을 가뿐하게 무시해버리고 거의 1시간 가량 아늑한 이불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그 동안 매일 아침 원하고 바라던 '10분만 더...'를 맘껏 누리면 이런 느낌인 거였다. 


출근시간 15분 전, 꾸물거리며 이불 속에서 기어나온다. 완연한 봄은 아니라서 그런지 아직은 거실이 쌀쌀했다. 화장실로 가려다 잠깐 쇼파에 앉아서 휴대폰을 본다. 10초만에 출근할 수 있으니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어도 마음의 부담이 없다. 

휴대폰을 보다 보니 어느새 출근시간이 되었다. 그래도 지각걱정은 없어서 마음이 편하다. 

머리라도 감고 업무를 시작할까 싶다가 시간도 애매하고, 이따 시간을 낼 수 있으니 그 시간을 이용하면 될 것 같아 바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노트북을 켜려고 하는데 아뿔싸, 전원케이블을 안 가져왔네. 그래도 다행히 우리 회사는 클라우드를 도입해서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 어떤 컴퓨터로든 업무를 할 수 있다. 웹서핑용으로만 사용하던 내 노트북을 켜고 회사 업무를 시작한다. 업무시스템에 접속해서 메일을 읽고, 어제 만들던 문서를 마저 작성하면서 평상시처럼 업무를 진행한다. 


처음에는 나 혼자서, 집에서 업무를 시작한다는 생각에 어색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니터 화면에 익숙한 문서들과 메일들이 보이고 거기에 집중하다 보니 어느새 평상시처럼 업무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지만 예상 외로 내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업무 메일이 계속 날아다니고, 필요한 경우 카톡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업무를 하다가 시계를 슬쩍 봤더니 어느새 업무를 시작한지 1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아침마다 마시던 커피도 안 마시고 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내던 메일을 마무리하고 잠시 커피타임을 갖기로 했다. 


평소에 잘 쓰지도 않던 자동 커피머신으로 향한다. 얼마 전에 구입한 원두를 꺼내서 커피머신에 넣고 버튼을 누른다. 원두를 분쇄하는 커다란 기계음을 내면서 향이 좋은 커피를 컵에 담아낸다. 냉장고에서 에그타르트를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아까 하던 업무가 생각나서 커피 한모금을 마신 후 다시 업무모드로 들어간다.


일을 하다보니 점심시간이 반 이상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서 밥을 차려먹어야 하는데 메뉴가 고민이다. 집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뭘 먹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럴 때 와이프의 조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바로 카톡으로 물어본다. 역시 고민은 바로 해결되었다! 와이프의 조언대로 메뉴를 정해서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혼자서 점심을 먹는데 이 시간에 내가 집에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창밖에 보이는 풍경이 평소와 달라 보인다.



*1일차 오후
식사 후 샤워를 간단하게 하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는다. 마음만 먹으면 좀 더 쉴 수 있는데 뭔가 마음이 불편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양심이 찔린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렇게 오후 업무가 시작되었다. 평소처럼 업무를 하고, 중간에 쉬고 싶을 땐 잠시 일어나서 거실도 돌아다니고, 스트레칭도 한다. 회사에서는 마땅히 쉬거나 스트레칭할 공간도 없고, 눈치가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집에서는 너무 자유롭다.


난 업무를 할 때 노트북을 모니터에 연결하여 2개의 화면을 보고 업무를 한다. 

회사 컴퓨터로는 보안상 PC카톡을 사용할 수가 없도록 막아두었으나 집에서 내 노트북에로는 PC카톡이 가능하다. 그래서 한 쪽에는 PC카톡을 띄우고 나머지 한 쪽에는 업무시스템 화면을 띄워놓는다. 카톡으로 회사 사람들과 업무상 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 내용들을 토대로 업무를 진행한다. PC카톡을 사용하니 정말 편하다. 핸드폰을 들었다 놓았다 하는 수고로움이 없어서 정말 좋다. 역시 보안시스템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재택근무 1일차인데 생각보다 할 만 했고 업무 효율성도 나쁘지 않다. 물론 큰 이슈사항이 발생하지 않은, 나름 평이한 날이라서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관심을 두지 않고 내가 해야 할 일에만 집중할 수 있어 괜찮은 업무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약 1주일간의 재택근무가 끝나고 나면 장단점을 종합해서 마지막에 리뷰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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