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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유월 Sep 28. 2022

[영화리뷰] 젊은 꼰대의 고백

<퍼펙트 케어> ⭐️⭐️⭐️⭐️

✔️너무나 전형적인, 그런데 힙한 영화.


<퍼펙트케어>의 주인공 밀라는 가족이 없는 노인들의 법적후견인이다. 노인들 대신 그들의 건강과 삶, 재산을 관리해준다. 언뜻 다정한 인물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노인들의 건강과 삶을 담보로 그들의 재산을 빼돌려 제 잇속을 챙기고 있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밀라는 여느 때처럼 한 노인을 요양원에 가뒀다가 위기에 빠진다.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신분을 세탁하고 평범한 노인인 척 살아가는 마피아의 어머니. 자신의 어머니가 요양원에 갇혔다는 소식을 들은 마피아는 말라를 죽이려고 한다. 가만히 있을 말라가 아니다. 말라는 마피아를 상대로 복수할 계획을 꾸민다.


영화 <퍼펙트 케어> 리뷰


조금 꼰대 같은 발언일지도 모르지만, 삼십 대에 접어들고 나서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나보다 인생을 오래 산 사람들의 이야기는 웬만하면 맞다. 선거철만 되면 “인물이 없다”고 투덜거리던 것도, 매일 같은 반찬을 먹으면서  “집밥이 최고다”라고 외치던 것도, “사랑만 가지고 결혼하기 쉽지 않다”고 조언하던 것도 (옛날엔 정말 듣기 싫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하면) 모두 옳았다.


이렇게 깨달음을 얻고 나니, 콘텐츠 업계 선배들이 했던 이야기들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선배들이 그랬다. 전형적인 작품 만드는 것 쉽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괜히 배우는 게 아니다. 마블 영화 각본 쓰는데 괜히 수십 수백 명이 달라붙는 게 아니다.) 영화의 모든 사건들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있어야 한다. 참신함은 한 끗 차이에서 온다. 안타고니스트가 강할수록 주인공이 산다. 뭐 그런 뻔한 것들. <퍼펙트 케어>는 선배들의 그 뻔한 이야기가 옳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영화였다.


영화 <퍼펙트 케어> 리뷰


그러니까, <퍼펙트 케어>는 구성 측면에서 보나 스토리 측면에서 보나 군더더기가 없는 영화다. 주인공을 설명하며 이야기의 포문을 연다. 안타고니스트의 캐릭터를 설명하며 갈등이 시작된다. 안타고니스트가 주인공을 공격하면서 주인공은 더 큰 갈등을 겪고, 끝내(?)는 주인공이 안타고니스트에게 복수하면서 클라이맥스에 도달한다. 너무나 전형적이다. 게다가 이 모든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무서운 여자와 마피아와의 한판 승부’라는 핵심 스토리라인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캐릭터는 특이하다. 그리고 강렬하다. 그래서 눈이 간다. 우리는 지금껏 노인의 법적후견인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을 만난 적이 없다. 게다가 그가 마피아에게도 지지 않는, 심지어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마피아를 이용하는 나쁜 사람이라니. 더더욱 흥미롭다. 욕망 넘쳐흐르는 여성 캐릭터는 참신할 뿐 아니라 트랜디하기까지도 하다. (그 외에도 노인복지라는 소재, 레즈비언 커플의 등장까지 힙한 요소는 다 들어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대결물 형태로 유쾌하게 풀어낸 건 덤이다.


영화 <퍼펙트 케어> 리뷰


이렇듯 영화의 만듦새에 대해 감탄을 하면서 본 영화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면 그리 개운하지만은 않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보호와 폭력은 동전의 앞뒷면 같은 것. 지금이야 내게 폭력을 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 때려 부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내가 노인이 된 뒤에도 그럴 수 있을까. (사실 지금도 못 함^^)사회 시스템이 허락해 준 폭력이라면 더더욱 헤어나오기 어려울 텐데. 그 전에 어디까지를 보호라고 보고, 어디까지를 폭력이라고 봐야 할까. 혹시 지금 우리도 보호라는 이름 아래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하고 있지는 않을까.


두려운 생각들 사이로 “뭐든 너희가 생각하는 대로만은 되지 않을걸!”하고 외치던 마피아 어머니의 여유로운 표정이 자꾸 떠오른다. 그래, 나보다 오래 산 사람들의 생각은 웬만하면 옳다. 우리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되, 겁먹지는 말자. 어차피 인생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을 거니까.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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