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부모란.
주말 낮에 남대문 시장을 갔다. 부채와 효자손 같은 잡화를 파는 점포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곳에는 의자를 가져다 두고 한 할아버지가 졸고 있었다. 세월을 한데 머금은 그 주름 사이를 잠시 보던 중 검은 봉지를 든 할머니가 옆 의자에 앉았다. 고개를 왔다 갔다 하며 주무시는 할아버지를 흔들어 깨우곤 아이스크림을 손에 들려주시더라. 두 분이서 함께 사람들을 구경 삼아 아이스크림을 쪽쪽 빠는 그 모습이 참 보기 보기 좋았다.
함께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아버지에게 말했다.
"우리 아버지도 나중에 엄마랑 저러셔야 하는데."
"걱정 말아라.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그러니까 잘 해 야 인마. 네가 나중에 등골만 안 뽑아먹으면 충분히 저렇게 잘 백년해로 할 수 있으니까."
"어유, 진작 아이를 일찍 낳으셨으면 안 그러셨을 텐데. 이제야 아들 녀석 한창 돈 쓸 나이인데 벌써 쉰 중반이라니. 과거로 돌아가면 빨리 결혼을 하세요. 아버지 친구 아들 이번에 결혼했다면서요. 누가 알아? 지금 손자를 볼 수도 있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인데 그 말엔 큰 문제가 있다."
"어떤 문제요?"
"내가 일찍 아들을 가져도 그 아들이 네가 아니잖아. 난 그게 싫어."
서로의 얼굴이 마주쳤고 둘은 동시에 피식 웃었다.
가게들을 열심히 둘러보던 엄마가 둘이서 무슨 웃긴 이야기 하고 있었던 거냐며 물었다.
노부부도, 우리 집에 있는 부부도. 모두 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