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최초의 주류 탐방 동아리
대학교를 입학하고 학과 친구들과 특별한 교류 없이 지냈다. 두번째 새내기 생활이었으니 새벽까지 진행되는 술자리는 이제 지겨웠다. 덕분에 늦은 새벽 차 한 잔 하며 책을 읽는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들 믿지 않았다. 김중황이 자발적 아웃사이더라고? 하면서. 그렇게 조용히 장학금이나 받고 아싸로 지내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 됐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고 했던가. 난 주위 사람들이 말했던 것처럼 혼자 쭉 지낼 수는 없는 성격이었던 거다. 과 활동을 안 해도 누군가는 어? 그 중황 씨 아닙니까? 하며 날 알아보더라.
그렇게 한두달 정도 혼자 살다 보니 혼자가 싫었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었다. 금주하던 술 또한 마시고 싶었다. 다만 개총이나 MT 때 강요받는, 마음에 안 맞는 사람들끼리 마시는 술은 싫었다. 술을 마시기 위해 모이는 것이 아닌,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 가기 위한 도구로 보고 싶었다. 더 나아가 건전한 술 문화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필요 이상으로 마시는 술,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술 버릇을 보여주는 대신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그 순간 칵테일이 떠올랐다. 평소 주량은 약하지만 다양한 술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칵테일부터 전통주까지 두루 구매하고 시음하기를 좋아했다. 이를 인연으로 다른 대학교 칵테일 동아리가 돌아가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이 글을 빌어 날 칵테일 계에 입문시켜 준 서울대학교 칵테일 동아리 '휴림' 의 전 회장 고재호 형에게 감사 이야기를 전한다. 그렇게 얻어진 유명 바&주류 사장님들과의 친분을 통해 칵테일에 대해 조금씩 배우고, 편집장을 맡고 있는 The Life Inside 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강남의 한 단골 바에서 할 수 있었다.
내 이러한 경험들을 잘 이용하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없으면 말짱 도로묵인 것. 춘천이라는 지역은 살면서 세 번 정도 와 본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이었던지라 홍보를 할 방법도 많이 없었다. 설마 하는 마음에 학교 커뮤니티에 모집 글을 올렸다. 반응은 생각 이상으로 뜨거웠다. 수십명이 연락이 왔다. 심지어는 도 내 다른 도시에서까지 연락이 왔으니 파급력은 꽤 컸다고 볼 수 있겠다.
왜 이렇게 반응이 뜨거웠던 걸까. 예상보다 뜨거웠던 반응의 이유를 난 시간이 좀 지난 후에 알 수 있었다. 가입 신청을 받으며 들은 답은 단순했다. 강원도의 칵테일 문화는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 춘천 같은 대도시의 몇 곳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바가 몇 없었다. 그나마 서울의 바와 견줄 수 있는 바는 도 전체에 단 하나뿐이었다. 올림픽을 열 정도의 문화적 행사를 치룬 도였지만 아직 문화적으로 소외된 부분이 많았던 거다. 뽑은 회원들 리스트에서 알 수 있었다. 도 내 학생이 비교적 적은 학교에 비해 가입을 한 회원 대부분이 강원도 거주자라는 것에서. 이는 얼마나 도 내 학생들이 칵테일을 비롯한 문화적인 측면에서 갈증을 느끼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가 아닐까 싶다.
바로 그래서 학교 안 커뮤니티에 공고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타대 학생들까지 연락이 왔던 거다. 이걸 받아야 하는 걸까. 하고 잠시 고민하다 도 안에 있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문호를 개방했다. 어차피 이러려고 만든 동아리였고,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이 문화를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덕분이었다. 이렇게 난 강원도 내 최초, 최대, 최고 칵테일 동아리의 초대 회장이 되었다. 시작은 고작 30명이고 참가 학교도 3개 학교지만 나중엔 더 커지겠지.
말은 칵테일이지만 실은 주류 대다수를 이야기한다. 펍을 다니며 요즘 힙하다는 수제맥주도 마시고 가끔은 와인도 따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재즈바도 가볼 생각이다. 여기서 걱정들을 하셨다. 회비는 얼마나 되느냐는 것. 동아리 가입을 막는 요소 중 하나는 회비 아닌가 싶다. 가기는 싫은데 회비를 냈으니 가야 하니. 그래서 호비를 없앴다. 불참자에게 전혀 불이익 없고 술자리에서 2차, 3차도 없다. 마시는 술 잔도 제한을 두고 민폐짓은 바로 퇴출인 동아리다. 여기 동아리의 다섯 가지 규정이 있다. 다섯 가지 규정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신 365 베버리지 라운지의 김경술 대장님과 서울대학교 주류 동아리 '휴림' 에게 감사 말씀 드려요.
1. 술 강요 없음 (논알콜 칵테일 가능)
2. 술을 더 마시고 싶어도 딱 3잔만
3. 회비 없음. 먹은 만큼만 내면 됨. 필참 행사 없음
4. 2차, 3차는 각자. 강요 없음.
5. 술 주정, 듣기 불편한 언행 등 민폐가 될 행동 금지, 2회 이상 시 퇴출
하튼 회장을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