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짧은 생각.
"여, 아드님. 아부지 선물은 있나?"
얼마 전이 어버이날이었다. 아버지가 준 카톡 메세지를 보고 부모님 선물 뭐 드릴까 고민했다. 다행히 직장 퇴사 전까지 아끼고 아낀 마지막 돈이 조금 있어 약간 무리하자면 소위 '명품' 이라고 불리는 아이템까지 노려 볼 만 했다. 내가 쓰긴 손 벌벌 떨 정도로 아까운데 정말 소중한 누군가에게 쓰는 건 그닥 안 아까워하는 특이한 성격이라 그렇다. 인터넷으로 부모님 선물 찾던 중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여기 중 그 어떤 것도 부모님이 진심으로 즐기거나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걸.
주위에 취미를 마음껏 즐기는 부모님 또래의 분들이나 친구 부모님을 보면 내심 우리 부모님이 안쓰러움과 동시에 대단해 보인다. 어떻게 지갑을 15년 넘게 쓰고서야 바꿀 생각을 하는 걸까. 왜 그렇게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 내가 직원용 표를 구해다 줄 때만 극장을 가는 걸까. 왜 본인들 스스로의 취미를 마음껏 즐기지 못하는 걸까.
동시에 난 안다. 만약 우리 부모님이 즐길 것 다 즐기고 놀 것 다 놀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으리라는 사실을. 그리 풍족한 삶이 아닌,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그들의 치열했던 삶이었으니. 우리를 낳고 스무 해 남짓의 시간 동안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갔을까. 핏덩이에서 대학생까지.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그들의 삶 그 모든 곳에는 자신들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으리라.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짠하다. 그렇게 난 나 나름대로의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에서 슬며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부모님께 뭘 해드려야 할까요. 도무지 생각이 안 나서 말인데, 현금이라도 드려야 할까요. 하고 말씀드리니 화를 벌컥 내신다. 학생이 무슨 돈이 있느냐며. 아니, 어머니. 저 돈 있는걸요.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다행히 먹는 건 좋아하다 못해 애정해서 큰일인 분들이시다. 먹는 게 남는 거니까. 근사한 곳에서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겠다. 못 이기시는 척 들어가실 분이시니.
이 참에 아버지가 노래를 부르시던 스시 맛집이나 한번 가볼까. 이제 내가 다 설레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