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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Apr 16. 2016

1. 세계여행 후
대기업에 입사해버렸다.

심지어 대리라고 한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우리 회사에 어떤 이익을 줄 수 있는지 말해 보세요"


면접장에서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제 놀이는 끝났다고.


취업 준비를 하기 딱 1년 전  나는 배낭과 여권만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던 여행자였다. 여권에 22개의 도장이 찍히는 동안 9달이 흘렀고,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나는 취업 준비생이 되어 있었다. 남들과 똑같이 취업 준비를 하고 여름에 인턴을 했던 회사에 정직원으로 채용 전환이 되면서 나는 내일 묵을 숙소를 걱정하던 떠돌이 여행자에서 국내 50위 안에 드는 대기업 직원이 되어 버렸다. 


귀국에서 채용 확정까지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모든 일이 벌어졌다. 

분명 세계여행도, 취업도 내가 선택한 일이인데 나는 그때까지도 이 두 가지 일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었다. 


벌써 여행 다녀온지는 6년, 입사 결정이 난지는 5년이 흘렀다. (난  대리다! 세상의 모든 대리들이여 파이팅!)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두 개의 사건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사원증을 찍고 출입문 게이트를 들어가고 나오는 동안 세계 여행으로 얻은 씨앗들이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안에서 발화하고 있었다. 



왜 대기업을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간 사람들은 많아도 그 반대의 경우는 잘 없는 걸까. 

세계 여행을 다녀오면 다 여행 책을 내거나 여행 관련한 프리랜서 활동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 

세계여행을 다녀오면 취업에 무조건 유리한 걸까.

하루에도 수십수백 번씩 새로운걸 만났던 여행자가 한국 사회에서 무미건조함의 대명사인 회사원, 그리고 그중에서도 보수적인 대기업에 다니면 이상한 걸까. 아니면 이상하지 않은 걸까.


여행이 주는 진짜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한 번 얘기해 보고 싶다.


@ zihuatanejo, Me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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