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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Feb 24. 2022

확진자 일지 ④ 오미크론 절정기와 비대면 진료 후기

남편의 D+2 나의 D+1 (2/24 목요일)


이제 나도 확진되었으니 확진자의 동거가족 일지가 아니라 확진자 일지가 되어버림.


바보 같은 말이지만 확진자의 동거가족일 때 보다 확진자일 때가 더 편한 점이 있다. 먼저 확진된 남편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간호할 수 있다는 것인데 내가 확진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남편은 그동안 격리되어 있던 방에서 나와 안방으로 들어가 5시간을 계속 잤다. 고작 2일이지만 서로 자택 내 격리하던 중에는 남편 얼굴을 본 일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그 사이 남편이 많이 홀쭉해진 것 같았다




[응급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오전에 이틀 치 휴가를 냈다]


  나의 코로나는 밤의 악마였다. 확진 판정 전날 밤도 나를 괴롭히더니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아침에 일어나니 - 새벽 4시에 일어난 걸 일어났다고 한다면 - 코로나 증상 중 '위급'으로 분류하는 어지러움과 구역감, 고열이 발현했다. 약을 먹으러 거실로 가야 하는데 똑바로 걷지를 못했다. 열 때문에 어지러운 건지 어지러움과 열은 별개인 건지, 그리고 구토감은 그냥 기분인 건지 가늠이 안됐다.


  이렇게 아파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게 '응급콜' 불러야 하는 사안인지 판단이 안됐다. 어찌어찌 약을 먹고 억지로 잠을 청해서 일어나니 도저히 일을 할 수 있는 컨디션이 아니었다. 오미크론은 무증상 자도 많고,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라고 해서 얕봤는데 병은 병이다.


  남편의 상태는 더 심각해서 계속해서 기침을 하고 한번 기침할 때마다 발끝까지 들썩거렸다. 눈물이 핑 돌았다.


  둘 중 한 명이 오늘 중으로 응급을 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우선 이틀 치 휴가를 냈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확진이라고 해서 따로 휴가가 있는 건 아니라 자기 연차를 쓴다. 때문에 확진일인 어제는 휴가 없이 정상 근무를 했다.) 주말까지 쉬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희망을 안고 오전을 잠으로 보냈다.



[병원에서 받아온 약이 없어서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다]


자고 일어나니 이상하게 컨디션이 좋았다. 바로 점심 준비를 하면서 약봉지를 보니 점심 한 끼 약밖에 안 남았다. 새로 약을 받아야 하는데 둘 다 확진자라 밖을 나갈 수가 없어서 비대면 진료를 이용해 보기로 했다.


1. 우리 동네 상담/처방 의원을 찾아서 전화를 건다

나는 21일에 증상이 있어 내과를 방문했었기 때문에 같은 곳으로 전화했다. 다행히 그 내과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곳이었다.

[우리 동네 상담/처방 의원 목록은 여기서 확인]

https://www.seoul.go.kr/coronaV/coronaStatus.do? menu_code=57


2. 신원 사항과 증상, 확진일, 주소를 말한다

 한 번 방문했던 곳이기 때문에 인적 사항이 남아있는 건지 아니면 코로나 확진자 정보를 바로 모든 병원에 뿌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름과 생년월일만 말했는데도 내가 특정되어 나왔다.

 증상을 말하는데 자꾸 기침이 나와서 힘들었다. 나 - 의사 - 간호사 이렇게 3명이서 스피커폰으로 대화를 하는 형식인데 내 목소리가 잘 안 나와서 다들 힘들어했다. 나도 힘들고 듣는 사람들도 힘들고.. 이때 기침을 많이 해서 목덜미가 아팠다.

 처방약을 약국에서 배달해 주는 방식인데 환자가 많이 밀려서 며칠 뒤에 갈 수도 있다고 했다. 당장 먹을 약이 하나도 없는 상태라서 일단 늦더라도 받겠다고 했다.


3. 약이 배달되고 전화가 왔다

 우려했던 것보다는 빠르게(반나절) 약이 배달되었다. 아마 평일이라 그랬을 수도 있고, 우리가 한 번 갔던 데라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와 남편 약 두 봉지가 문 앞에 놓여 있고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약을 보냈다"라고.

그 어느 때보다 약이 반가웠다.


  산 더미처럼 쌓인 약을 보니 마음이 이상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보통 가정용 상비약을 한 통 정도만 챙겨 놓는데, 이번처럼 성인 2명이 일주일 동안 약을 먹으니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다. 이 글을 보고 코로나 상비약을 챙기려고 하는 분들이라면 적어도 해열제, 기침약, 목 통증 약 정도는 가족수에 맞춰 2일 치는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재택 치료의 시대니까 시대에 맞춰 준비를 해야 하는 거겠지.


  재택 치료의 시대가 오면서 확진자의 진료비와 약 값은 공짜다!(하루1회)  이것도 다 나의 건보료에서 나가는 거지만 확진자들은 최대한 치료에만 집중하라는 의미가 느껴져서 좋았다. 오미크론이 일반 감기 수준이라고 말한 사람 누구야 딱 대..


문 앞에 배달온 약봉지. 약국에서 처방받은 것과 모양이 똑같다

- 남편 증상 : 강한 기침. 목을 긁는 아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 열 있음. 피가래, 잦은 설사

- 내 증상 : 강한 기침, 가래, 열, 어지러움, 두통, 구역감(잠깐), 잦은 설사



뉴스를 보다가 상비약에 대해 잘 나와있는 내용이 있어서 첨부..


자신에게 맞는 약으로 미리 준비해놓으면 좋다. 내 경우에는 운 좋게 약이 빨리 왔지만 만약 약 없이 하루를 꼬박 지냈다면 그 고통을 견딜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KsWuyxqCbi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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