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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쓴이 Feb 24. 2022

확진자의 동거가족 일지 ③ 확진, 그리고 재택치료방법

남편의 확진 D+1 그리고 나의 D-day (2/23 수요일)


지난 밤새워 발가락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에 열이 올랐다. 기력이 없어 끙끙대기만 하다가 겨우 일어나서 약을 먹으니 시간은 새벽 4시. 출근하기까지 자는 건지 기절하는 건지 오락가락하면서 약효가 들기를 기다렸다. 이상하다. 나는 분명 21일 월요일에 한 신속 항원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는데 뭔가 잘못된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어제 했던 PCR 검사를 기다렸다. 



바그다드의 큰 시장에 한 상인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놀란 표정을 하고 있는 낯선 이를 만났다. 상인은 그가 '저승사자'라는 걸 알고 기겁을 했다. 상인은 그 자리를 뛰쳐나와 저 멀리 사하라 사막으로 도망을 간다. 멀리 도망가면 죽음이 자기를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서. 


몇 날 몇 밤을 쉬지 않고 도망간 상인은 결국 사막 한가운데서 또다시 저승사자를 만난다. 


모든 걸 체념한 상인이 그에게 묻는다. 


"결국 당신을 피할 수는 없는군요. 다만 한 가지 알려주겠소? 시장에서 나를 보았을 때 왜 그렇게 놀란 것이오?"


"그거야..."저승사자가 말했다. 


"나는 당신을 이곳 사하라 사막에서 만날 예정이었는데 저 멀리 떨어진 바그다드의 시장에서 당신을 만나니 놀랄 일이 아닌가?"



그래, 나도 양성이었다. 저 멀리멀리 도망가도 저승사자를 피하지 못했던 상인처럼 나도 결국 걸려버린 거다. 오전에 양성 문자를 받고 계속 근무를 시작했는데 증상이 이상했다. 목감기처럼 기침과 가래만 나오는 때도 있었고 어젯밤처럼 열이 갑자기 오르는 때도 있었고 어지러워서 앉아있기도 힘들 때도 있었다. 당장 휴가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 일단 오늘 근무만 무사히 마치자는 생각으로 버텼다. 


우리 회사는 코로나 확진자의 경우 본인 연차를 쓰는 게 원칙이라서 증상이 경미한 사람들은 확진 상태여 도 재택근무를 한다고 한다. 나도 가능한 아픈 티를 안 내보려고 했지만 증상이 이상했다. 근무 중이라 통증에 둔감했던 건지 퇴근하고 나니 갑자기 아픔이 몰려왔다. 급하게 인터넷으로 코로나 확진자의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찾아봤는데 정보가 너무 산발적이었다. 


일단 아래 그림을 참고

나는 일반 관리 군에 속하는 환자고 아래 3가지의 의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1. 대면 진료가 필요한 경우 지자체별로 한 군데씩 대면 지료 센터가 있음

=> 비대면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프거나 아님 대면이 꼭 필요한 환자의 경우 확인. 

다만 이때는 방역 택시를 타는 등 밖으로 나가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더 아파질 수도 있다.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3609

2.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경우 우리 동네 상담/처방 의원에 전화 후 약을 배달 받을 수 있음

=>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당장 먹을 약이 없는 환자 입장에서는 제일 유용. 

https://www.seoul.go.kr/coronaV/coronaStatus.do? menu_code=57

3. 1과 2가 운영하지 않는 야간 시간에는 재택 치료 24시간 의료 상담 센터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음

https://www.seoul.go.kr/coronaV/coronaStatus.do? menu_code=57

4. 그리고 119

=> 이때는 응급상황일 때(코로나 확진자의 어지러움, 고열 등)에 사용하고 코로나 확진자임을 미리 밝혀야 한다. 




열심히 정보를 찾고 있는데 서울시에서 이 사항들을 적어준 문자가 왔다. 

확진된 날에는 연락이 여기저기서 오는데 사실 정신없고 아파서 그런지 잘 귀에 안 들어온다. 

혹시라도 궁금한 분들을 위해 남겨보자면 이렇다.


오전 9시 (보건소) 확진 안내 

오전 11시 (보건소) 기초 역학 조사서 링크  : 이 링크에 나의 기저질환 여부나 증상,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가 만났던 사람들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야 하는데 여기에 적혀야 그 사람에게 밀접 접촉 자라는 문자가 가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름과 전화번호를 모르면 만났더라도 쓸 수 없다는 게 구멍이다. 

오전 11시 (역학조사관) 기초 역학조사 안내 문자를 보냈다는 안내 문자 ; 거의 기초 역학 조사서와 비슷한 시간에 옴

오전 11시 (역학조사관) 증상과 동거인의 생년월일을 묻는 전화 ; 처음으로 사람에게서 온 전화라서 다른 설명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내 기침이 너무 심해서 대화를 많이 못 한 데다가 동거인 정보를 주로 확인하는 내용으로 보였다. 내 목소리가 너무 안 들려서 크게 말해달라고 하시는데 크게 말을 하려니 기침이 너무 심하지 죄송하다고.. 아니 선생님이 죄송할게 뭐가 있나요 ㅠㅠ

오후 3시 (서울시) 확진자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문자로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 갈 수 있는 경우를 안내해 준다.

오후 5시 (우리 구 재택 치료 전담팀) 재택 치료 관련 내용으로 서울시의 문자와 비슷하나 내가 속한 구에서 보내주었기 때문에 구마다 하나 있는 대면진료 가능 병원은 콕 집어서 알려주고 재택 치료팀의 전화번호도 나와 있다. 그런 게 이 재택 치료팀의 전화번호가 일반 010번호임.. 시도 때도 없이 전화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다들 고생이 많으십니다. 




아래는 내가 받은 문자 중 하나, 

자가격리 해제가 28일 24시, 그러니까 29일 00시라는 게 약간 웃음 포인트.




이날의 코로나 확진자 수. 17만명 중 한명이 내가 되다니



- 남편 증상 : 강한 기침. 목을 긁는 아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 열 있음. 피가래, 잦은 설사

- 남편 PCR검사 결과 ; 양성

- 내 증상 : 약한 기침, 가래, 두통과 열, 간헐적인 설사

- 내 PCR 결과 ; 양성


다시 한번 되새기는 확진자 및 동거인 생활수칙

하루 만에 동거인에서 확진자가 되어버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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